신용강등에 네이비실 22명 참사까지… 美 슬픔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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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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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군 헬기, 아프간서 탈레반 로켓포에 피격단일사건 최대희생… 빈라덴 작전수행 요원은 없어

6일 오전 2시 칠흑같이 캄캄한 아프가니스탄 동부 마이단 와르다크 주의 탄지 계곡.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치누크 헬기가 임무 수행을 위해 계곡을 서서히 비행하고 있었다. 미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요원 22명을 비롯해 30명의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 8명이 헬기에 타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미군 호송차에 폭탄 테러를 한 탈레반 반군 지도부 2명을 사살하거나 생포하라는 임무를 받고 심야 기습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미군은 한 달 동안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탈레반 고위 지도부 은신처를 파악한 상태였다.

치누크 헬기가 목표 지점을 파악하고 착륙을 시도하던 순간 탈레반의 로켓포가 날아왔다. 로켓포는 정확하게 치누크 헬기를 명중했고 네이비실 요원 22명과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속 미군 8명, 그리고 아프간 특수부대원 7명과 아프간인 통역 1명 등 전원이 사망했다.

이 소식은 그렇지 않아도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의기소침한 주말을 보내던 미 국민에게 깊은 슬픔을 안겼다. 전사한 네이비실 요원 22명은 모두 ‘팀 식스(Team 6)’ 소속이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했던 최정예 부대로 미 국민의 자랑이다. 이번 전사자 가운데 빈라덴 사살 작전에 참가한 요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사고 소식을 보고 받고 성명을 통해 “이들의 죽음은 남녀 장병들과 가족들의 특별한 희생을 상기시켜 준다”며 “이들의 희생을 통해 미국의 안전을 수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도 성명에서 “아프간에서 미군은 계속 싸워 나갈 것”이라며 “이것이 숨진 장병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번에 팀 식스 요원 22명을 잃었지만 전체 요원이 250∼300명이나 되기 때문에 전력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피해는 미군이 2001년 아프간전쟁을 시작한 이래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미군 사망자 수를 기록한 것이다. 2005년 6월 육군 유격대원 16명이 탑승한 치누크 헬기가 피격돼 모두 사망한 적이 있다. 올 들어 아프간에서 전사한 미군은 모두 274명에 이른다.

헬기 추락 직후 미군은 2번째 헬기를 띄워 반군을 공격했다. 수시간 동안의 치열한 접전 끝에 탈레반 8명을 사살하고 추락한 헬기에서 사망한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 시체를 수습했다. 미군은 새까맣게 타버린 치누크 헬기를 가까스로 꺼내올 수 있었다. 치누크 헬기는 이륙이나 착륙 중에 로켓포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험한 산세 때문에 탈레반 활동이 극심해지고 있는 이곳을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은 골칫거리로 생각했다. 이번 사건이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 계획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간에 증파한 미군 3만3000명 가운데 올해 말 1만 명을 철수시키는 것을 비롯해 2014년까지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 부채 감축 협상으로 한 해에 1200억 달러가 투입되는 아프간전쟁 비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탈레반 세력은 남부 중심지역에서 급격히 약화됐지만 동부에서는 세력을 더욱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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