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 ‘한국인 개인정보 유출’ 실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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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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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에 ‘한국 신분증’ 치자 좌르르…
네이버-다음에 입력하자 모두 일치

2일 동아일보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검색란에서 ‘한국신분증번호’로 검색하자 수많은 한국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사진 출처 바이두
2일 동아일보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검색란에서 ‘한국신분증번호’로 검색하자 수많은 한국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사진 출처 바이두
중국 베이징(北京)의 대학생 판모 씨(21)는 요즘 한국의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 있다. 주말이면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사이트는 외국인은 회원가입이 안 된다. 주민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 씨에게는 별문제가 안 된다. 중국 포털사이트를 통해 한국인 실명과 주민번호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 씨는 친구들이 부탁하면 자기가 안 쓰는 한국인 주민번호를 주기도 한다. “2, 3년 전만 해도 주민번호를 건당 0.5위안(약 81원)씩 파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에 주민번호가 너무 많아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에서 마구잡이로 도용되고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도, 당국의 제재도 없다. 해커 등 범죄인들 사이에서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2일 동아일보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의 검색란에 ‘한국신분증번호’를 치자 무수히 많은 자료가 올라왔다. 맨 위의 글을 클릭하자 280여 건의 실명과 주민번호가 나왔다.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를 골라 한국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 입력했다. 이름과 주민번호가 모두 일치했다.

또 다른 중국 포털사이트인 소후닷컴에도 “한국인 주민번호 남는 게 있으면 좀 달라”는 글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확실히 진짜”라는 설명과 함께 공짜로 한국인 주민번호를 남긴 답글도 많았다.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내려받아 한국 주민번호를 이용하는 방법도 소개돼 있었다.

중국 청소년들은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 가입한 뒤 아이템(무기나 갑옷 등 온라인게임에서 쓰는 가상물품)을 얻으면 이를 게임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고 팔기 위해 한국인 실명과 주민번호를 찾고 있다. 아이템 거래가 적발돼 기존 ID가 삭제되면 다른 한국인의 정보를 이용해 새로 가입하면 그만이라는 것.

개인정보 도용이 게임 사이트에서만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보에 대한 접근이 워낙 쉽다는 점에서 사기 등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인들의 실명과 주민번호는 해커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빼낸 정보에서 일부가 유출됐거나, 장난으로 해킹을 한 뒤 인터넷에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도 개인정보 유출 및 도용에 관한 제재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이를 단속한 사례는 거의 없다. 맹훈재 주중대사관 영사부 경찰영사는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할 정도로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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