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군인이 급증하면서 미군 당국이 심리치유 프로젝트인 ‘포괄적 군인 건강(CSF·Comprehensive Soldier Fitness)’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CSF 프로그램은 미 육군 110만 명을 대상으로 1억25000만 달러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신체건강만을 우선시했던 미군의 훈련 시스템에 중대한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4일 보도했다.
CSF 프로그램은 연이은 전장 배치로 전투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군인들이 정신적으로 재무장할 수 있도록 심리훈련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단계로 군인들은 직무, 인간관계, 전반적인 삶 만족도에 대한 온라인 자기평가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2단계는 본격적인 심리치유 훈련으로 군인들은 소규모 그룹을 구성해 ‘마스터 강화 트레이너(MRT)’라고 불리는 훈련교관과 함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라운드 테이블 세션을 갖는다. 전장에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과 가정불화 등의 고민을 털어놓고 MRT로부터 부정적 사고를 몰아내는 위기관리 테크닉을 배운다. 예를 들어 교육내용 중에는 영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관객을 감동시킨 휴대전화 세일즈맨 폴 포츠의 사례를 비디오를 분석하며 성급한 결정의 위험성을 토론하는 시간도 포함돼 있다.
CSF는 2008년 조지 W 케이시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펜실베이니아 의대 긍정심리학센터에 군인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우울증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심리치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긍정심리학센터는 이를 군대 상황에 맞도록 조정해 CSF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군 당국이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것은 군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로 인한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 통계에 따르면 현역 군인의 자살은 2008년 138명에서 2009년 162명으로 늘었다. 배우자와 자녀 학대는 2004년 923건에서 2009년 1625건, 알코올의존증 및 약물중독은 1999년 1만5000건에서 2009년 2만2500건으로 증가했다.
군인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프로그램 감독을 맡은 론다 코넘 준장은 “지금까지 군이 사후대처 방식으로 군인들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해왔다면 이제는 선대응 방식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학교 환경에서 개발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군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군인들이 오히려 상황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지 못해 자신과 동료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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