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드라마’ 禮 갖춘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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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발 예포… ‘자유의 메달’ 깜짝 수여… 애칭 ‘밥’ 18번 언급…
게이츠 국방 이임식 참석… “당신은 초당파적 애국자”

한편의 드라마였다.

6월 30일 오전 9시 45분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건물 앞 리버 테라스 퍼레이드 광장. 육군 해군 공군 및 해병대 등 4군 의장대가 모인 가운데 군악대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파란 잔디가 뒤덮인 펜타곤 퍼레이드 광장에는 미군의 모든 군 깃발과 미국 50개 주 및 워싱턴DC의 깃발이 나부꼈다. 4년 7개월 동안 펜타곤을 지휘한 22대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 장관의 이임식은 최고의 예우를 갖춰 거행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탄 리무진이 미끄러지듯 펜타곤 광장 앞에 도착하고 이어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게이츠 장관의 부인 베키 여사와 함께 행사장에 들어섰다. 오바마 대통령과 게이츠 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이 연단에 오르자 육해공군 및 해병대 등 4군 의장대가 퇴임하는 게이츠 장관을 위해 열병식을 거행했다.

4문의 포에서 19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4군 의장대 사열과 함께 독립전쟁 당시 옛 군복을 입은 군악대의 연주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연방의원, 민간인 초청 인사 및 게이츠 장관 가족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그의 ‘임무 완료’를 축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은 겸손한 애국자이며 상식과 품위를 갖춘 가장 훌륭한 공복”이라며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와 시추에이션룸(상황실)에서 알카에다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할 때 그는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중간 중간에 옆에 앉아 있는 게이츠 장관과 눈을 맞췄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행사 일정에 없는 깜짝 이벤트도 연출했다. 갑자기 게이츠 장관을 일으켜 세운 뒤 “이렇게 매우 특별하게 인정하는 것 외에 밥 게이츠에게 국가가 감사를 표현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다”며 ‘자유의 메달(the 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했다.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게이츠 장관의 애칭인 ‘밥’을 18번이나 언급했다.

차분한 성격인 게이츠 장관도 답사를 할 때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그는 “대통령이 이런 비밀작전에 능숙하다는 것을 몇 달 전에 알았어야 했다”며 웃었다. 자유의 메달 수여를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비유한 것이다. 게이츠 장관은 자신을 국방장관으로 발탁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또 “함께 일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엄청난 여성’들이었다”고 칭찬했다. 장병들에게는 “여생동안 날마다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고는 아내를 뒤돌아보면서 “베키, 이번에는 우리가 정말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연설을 끝냈다.

연설이 끝나자마자 오바마 대통령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자리에 앉았던 게이츠 장관이 다시 일어서 인사한 뒤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한참 동안 기립박수를 쳤다. 행사장에 박수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50여 분 동안의 이임식이 끝나고 연단을 내려와 행사장을 퇴장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 곁을 떠나지 않았다. 걸으면서도 게이츠 장관에게 박수를 보냈다. 리무진을 타기 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과 베키 여사를 따뜻하게 포옹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군용기로 고향인 미 서부 워싱턴 주의 한 호숫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떠났다.

펜타곤(미국 버지이나 주 알링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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