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퇴임하는 게이츠 美국방… 보수-진보 사이서 안보 지킨 ‘Mr.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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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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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68)이 30일 퇴임식을 갖는다. 2006년 1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뒤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강경보수주의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미국의 국방정책을 진두지휘한 지 4년 6개월 만이다. 게이츠 장관은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국(CIA)에 들어간 뒤 40년이 넘도록 공직생활을 했다. 그동안 무려 8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백악관에서 그를 위한 고별만찬을 베푼다. 30일 퇴임식에는 직접 펜타곤을 찾아 축하할 예정이다.

○ 소탈한 세계 최강 군대 지휘자


그는 공식석상에 나설 때 늘 감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가장 보수적으로 옷을 입는 사람”이라며 “옷차림만큼이나 생각도 보수적이다. 행동 방식도 늘 신중하게 의견의 일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게이츠 장관이 남긴 유산은 중후장대한 이념이 아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라는 두 개의 전쟁을 치러내며 보여준 실용적인 태도와 책무의식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게이츠 장관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 속에서 안보의 영역을 굳건히 지켜낸 덕장(德將)”이라고 평가했다.

○ 엄하면서도 따뜻한 지휘관


워싱턴포스트는 게이츠 장관의 첫 번째 덕목으로 ‘두 개의 전쟁’이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 점을 꼽았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이 여유 있게 전쟁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워싱턴에서 빗발치는 전쟁에 대한 비난 여론과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그는 부하를 다룰 때 단호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지난해 7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정책을 비난해 설화를 일으켰던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을 직위 해제할 때에는 단호함을 보였지만 부하가 가는 마지막 길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전역식이 열린 날은 5박 6일 동안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직후였는데 오전 4시 눈을 뜨자마자 전역식이 열리는 워싱턴의 포트맥네어로 달려가 “자부심과 슬픔을 담아 감히 그를 떠나보낸다”고 연설했다.

○ 솔직함과 겸손함

이라크전쟁이 수렁에 빠지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펜타곤을 맡은 게이츠 장관은 2006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현재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노 서(No Sir)”라고 단 두 마디로 답해 화제가 됐었다. 이미 부시 당시 대통령이 ‘임무완료’라고 선언했던 이라크전쟁이었지만 새롭게 국방정책의 사령탑을 맡는 자리에서 “잘못하면 이라크전쟁이 중동 지역에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당시 언론들은 “깜짝 놀랄 만한 솔직함”이라고 평가했고 상원 군사위원회는 24 대 0 만장일치로 인준에 동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직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조직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한 겸손의 리더십을 보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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