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나가리라…지나갈리 없다…선문답 같은 中 대입 작문 시험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8일 16시 01분


"유대왕 다윗의 반지에는 모든 것은 지나간 일이 될 것이다라고 쓰여 있고, 안톤 체흡의 반지에는 어떤 일도 지나간 일이 될 수 없다고 쓰여 있다. 두 문구가 무슨 생각을 하게 하는가". 7일 치러진 중국 대학입시에서 상하이(上海)가 출제한 작문 시험 제목이다.

후난(湖南) 성은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두 오셨군요". 어떤 노래 가사의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왔어요'를 바꿨다는 말 외에 다른 설명은 없다.

중국 교육 당국이 대입 수험생들에게 제시하는 작문 시험들이 선문답과 같은 것이 적지 않아 평소 독서와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다. 청소년들의 종합적인 사고와 창의력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험생들은 너무 뜬구름 잡는 제목으로 학생들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에서 어떻게 평가하려고 하는지 볼멘 소리도 나온다.

깐수(甘肅) 성의 '성실에 대하여'나 광둥(廣東) 성의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대표적으로 어려운 제목으로 꼽혔다. 충칭(重慶) 시의 '매우 좋아한다는 것'은 수험생이 어떤 인물이나 사물에 대해 왜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묻는 것으로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중국의 대학 입시는 문과과 이과가 각각 4과목에 750점 만점이다. 어문 수학 영어는 각 150점으로 공통이며 문과는 정치 지리 역사를 합친 문과종합, 이과는 물리 화학 생물을 합친 이과 종합이 있으며 각각 300점이다.

어문 150점 중 60점이 작문으로 전체 시험 시간 2시간 30분 중 1시간이 배당되며 '시(詩) 아닌 산문으로 최소 800자 이상'을 써야 한다. 작문 주제는 올해는 31개 성 시 자치구 중 16개 지역은 각 지역별로 출제했고, 15개 지역은 교육부가 내놓은 공통 2문제 중 하나를 선택했다.

전국 공통 문제 중에는 "복권을 사달라는 부탁을 받고 샀다가 사서 확인해보니 10억 가량에 당첨됐다. 어떻게 나누겠습니까" 같은 질문도 있다. 당첨금 비율만을 묻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산둥(山東) 성의 '세상은 당신들을 필요로 한다'나 전국 공통의 '성장에 대한 기대' 등은 수험생이 청소년들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톈진(天津)은 '거울'이라는 제목을 주고 설명으로 망원경 현미경 반사경 등 온갖 거울로 비추어 본 자신의 모습을 소개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국의 발전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점을 보려는 듯 '중국의 발전'(산시·陝西), '중국의 굴기'(하이난·海南) 같은 질문도 있다.

청소년들의 사고력 향상을 위한 선문답형 문제는 올해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후난 성은 '조속하다, 이른 아침, 아침 인사' 등의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이름(早)' 한 자를 덜렁 제시했다. 이밖에 산둥 성의 '인생의 광명과 그림자', 충칭의 '어려운 문제' 등이 있었다.

전국 공통 문제 중에는 "밥 상위에 많은 생선이 있어 모든 고양이가 먹고 있는 데 한 마리만 쥐를 잡고 있다. 다른 고양이들이 그 고양이에게 이미 생선도 많은데 너는 왜 여전히 쥐를 잡고 있니? 라고 묻는다. 이 얘기는 무슨 생각이 들게 하는가"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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