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大 도서관, 종이책 50만권 폐기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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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시대… 먼지 쌓이는 하드커버 필요없다”

디지털 시대에 밀려 호주 명문대 도서관의 책들이 대거 ‘구조조정’된다. 시드니대의 중앙도서관인 ‘피셔도서관’이 소장 도서의 절반에 달하는 50만 권의 종이책과 논문들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이 대학 책임사서 존 시프 씨는 12일자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먼지 테스트’를 거쳐(먼지가 쌓인 책 위주로) 폐기할 책을 고르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대대적인 책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도서관 내 종이책 수용 규모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 전자책과 전자논문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대적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 시프 씨는 “이제 더는 하드커버 종이책은 필요하지 않게 됐다”며 “나날이 쌓여가는 책 때문에 천장까지 책꽂이가 설치되면서 건물 안전 기준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성공한 영국 이민자 출신 기업인으로 도서관을 후원해온 토머스 피셔의 이름을 딴 피셔도서관은 시드니대 캠퍼스 내 도서관 12곳 중 가장 큰 규모다. 책꽂이를 다 합치면 48km에 이른다.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 원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초판이 보관된 곳으로 유명하다. 이번 조치로 생긴 여유 공간에는 책상들과 커피자판기 등을 들여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또 대학은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시설 개선금 2700만 호주달러(약 310억 원)를 장서 구입 대신 에어컨 화장실 배선 승강기 등의 교체에 쓰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발표되자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대학 측이 다른 대안을 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특히 지난 5년간 한 차례도 대출된 적이 없는 도서를 폐기 대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 대학 신디 매크리 교수(역사학)는 “먼지 쌓인 순서대로 폐기될 책을 정한다는 발상 자체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대학 측은 폐기에 앞서 도서관 밖에 폐기될 책을 보관해둘 임시 보관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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