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다섯번째 아내 첫 조건은 참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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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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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최측근에 조건 제시예멘 17세소녀 제안 수용하자 가족에게 지참금 5000달러 지불

오사마 빈라덴의 가장 어린 다섯 번째 부인인 아말아메드 알사다라의 여권사진.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오사마 빈라덴의 가장 어린 다섯 번째 부인인 아말아메드 알사다라의 여권사진.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1999년 9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활동하던 알카에다 조직원 라샤드 이스마엘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전화였다. 다섯 번째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빈라덴은 최측근 이스마엘에게 신붓감을 구해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빈라덴의 요구 조건은 여섯 가지였다. 신앙심이 깊을 것(pious)을 비롯해 성실하며(dutiful) 젊고(특히 16∼18세를 선호) 예의가 바르며(well mannered) 남부끄럽지 않은(decent) 집안에서 태어날 것을 제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을성(patience)”이라며 “나의 특수한 상황을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후보를 물색하던 이스마엘의 머리에 한 명의 소녀가 떠올렸다. 예멘에서 태어난 17세의 아말 아메드 알사다라였다. 공무원인 그의 아버지는 이스마엘의 제자였다.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마엘은 “알사다라는 42세이던 빈라덴에게 완벽한 조합이었다”고 회고했다. 알사다라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빈라덴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었던 여인이다. 미군 특수요원들이 들이닥치자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총구 앞으로 뛰어들다 다리에 총상을 입었고 현재는 파키스탄 정보당국이 구금하고 있다.

빈라덴의 지시를 받은 이스마엘은 2000년 예멘 남부 도시 이브에 있던 알사다라를 찾아가 빈라덴이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하다 미국에 쫓겨 다니게 됐는지 설명했다. 이스마엘은 “그녀는 공손하게 빈라덴의 결혼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알사다라의 가족에게 혼인 지참금 5000달러가 건네졌고 이스마엘과 알사다라, 알사다라의 오빠는 예멘을 떠나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를 거쳐 중서부 퀘타로 갔다. 그곳에서 빈라덴은 부하들을 시켜 신부를 아프간으로 데려오게 해 탈레반의 심장부인 칸다하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축가와 축시 낭독 등 결혼식 행사 준비는 모두 남성들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알카에다의 충직한 지지자”라고 밝힌 이스마엘은 현재 파키스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알사다라와 그의 딸이 예멘의 고향에 돌아올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빈라덴의 가족, 특히 여성의 명예를 지키는 문제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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