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재벌 트럼프,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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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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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독설, 보수층 어필

“오바마,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부각되고 있는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65·사진)가 연일 거침없는 독설을 내뿜으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은 거침없는 화법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11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케냐에서 태어났다”며 “오바마가 출생 관련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 위해 200만 달러를 썼다”는 등의 극단적 주장도 폈다.

2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형편없는 학생이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에 들어갈 수 있었느냐”며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형편없는 학생이었다’는 주장의 근거는 내놓지 못했다.

그의 화법은 단순 명료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선 모두 반대하는 식이다. 트럼프는 16일 보수단체 티파티 모임에서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개혁에 대해선 “‘오바마케어’는 완전 재앙”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케어를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리비아 사태에 대해선 “나라면 리비아에 개입해 기름을 취하든가 아니면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의 호기심을 촉발하면서 거침없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에 속 시원해하는 극우성향 보수층이 적지 않다.

하지만 미 주요 언론과 지식인들은 독설과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을 내뱉는 트럼프의 행태에 매우 비판적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도널드가 진정 출마한다면 그를 대통령 후보로 생각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직설적이고 무례한 허풍쟁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쇠락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유권자 집단이 항상 있었다”며 지지율 상승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트럼프는 내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밝히지 않고 있지만 6월에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12일 CNN방송 여론조사에선 19%의 지지율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공동 1위에 올랐다.

트럼프의 인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느끼는 절망감의 역설적 반증이기도 하다.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던 헤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가 25일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유력 공화당 후보들이 차기 대선 출마를 포기하거나 차차기 대선에 희망을 거는 이유를 5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야당인 공화당 후보들로선 차차기 대선이 펼쳐지는 2016년 대선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내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2016년 대선엔 출마할 수 없게 되고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2016년 74세의 고령이어서 출마 가능성이 희박하다. 2016년엔 현직의 이점을 지닌 후보들을 상대할 일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호황기에 접어든 미국 경제가 계속 나아질 경우 오바마 대통령을 이기기 더 어렵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이미 10억 달러를 모금한 오바마 대통령의 자금력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극우적인 티파티와의 노선 차이, 다섯 번째는 언론의 집중적인 검증에 대한 부담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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