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체험담 베스트셀러… 알고보니 소설?

  • 동아일보

미국 산악인에서 자선사업가가 된 체험담을 담아 베스트셀러가 된 ‘세 잔의 차(Three cups of tea)’가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평화에 보탬이 되기 위한 한 남자의 임무… 한 번에 학교 하나씩 짓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그레그 모텐슨 씨(54·사진)가 산에서 조난당한 후 우연히 파키스탄 마을에서 지내며 여아들을 위한 학교 지어주기 사업에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2006년 발간된 책은 2007년부터 무려 82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 1위를 지켰으며 3년 내내 베스트셀러에 포함됐다. 총 400만 부가 팔렸다. 2009년 한국에도 ‘세 잔의 차-히말라야 오지의 희망이야기’로 번역 출간됐다.

모텐슨 씨는 1996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의 교육을 돕는 중앙아시아협회(CAI)를 설립해 이 지역에 학교 170여 개를 지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텐슨 씨는 그동안 책과 강연을 통해 “1993년 죽은 여동생을 기리기 위해 K2 정상에 오르다 길을 잃었고 우연히 코르페라는 마을에 머물게 돼 자선활동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해 왔다. 모래를 종이 삼아 막대기로 필기하는 아이들을 보고 교육 사업을 결심했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산악인 존 크라카우어 씨가 “이 책은 아름다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CBS방송이 시사프로그램 ‘60분’을 통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크라카우어 씨는 CAI 설립 초기 7만5000달러를 기부한 후원자였지만 얼마 후 단체가 잘못 운영되고 있으며 모텐슨 씨가 책에서 언급한 일부 에피소드를 지어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1993년 당시 모텐슨 씨와 산에 올랐던 동료들은 “모텐슨은 조난당한 적도 없고 코르페를 방문하게 된 것도 산에서 내려온 지 1년 후의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1996년 8일간 탈레반에 납치됐다는 저자의 얘기도 거짓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자는 책에서 납치범들과 찍은 사진까지 게재하며 상세히 소개했지만 납치범 중 한 명으로 사진에 실린 만수르 칸 마흐수드 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텐슨을 납치한 게 아니라 보호해 줬다”고 반박했다.

미 몬태나 주 보즈먼에 본사를 둔 CAI의 불투명한 회계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자선단체의 투명성을 조사하는 미국자선재단에 따르면 CAI는 2009년 뉴요커 전면광고를 포함해 한 해에만 재단기금 150만 달러를 책 홍보에 썼다. 또한 책 홍보 투어를 위한 여행자금으로 130만 달러를 썼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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