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에게 장기 피신처를 제공하는 해외여행 상품이 등장했다. 특히 서울은 비용이 저렴한 데다 일본과 가까워 장기 피신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은 동일본대지진 피해자 및 동행자에 한정해서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대상자 이외에는 신청하지 말아주세요.'(일본 H 여행사 홈페이지)
일본의 유명 여행사인 H사는 지난달부터 '재난피해자 지원 플랜'이라는 취지로 한국 서울, 대만 타이베이, 베트남 호치민, 터키 카파도키아·이스탄불 등 7개국 8개 지역 중 한 지역을 선택해 피신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 업체는 일본 내에서만 280여개, 해외에서도 109개 직영지점을 운영하는 거대 여행사로 연간 5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한국에 보내고 있다.
다양한 상품 중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서울 장기 피신 여행이다. 25일 일정으로 판매되는 이 상품은 '25일간 특2급(스탠더드급) 호텔 체류, 여행 대금 3만5000엔'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 돈으로 약 44만 원에 불과해 똑같은 일정의 다른 한국 여행 상품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서울 여행은 중국 상하이(15일에 5만 엔, 22일에 5만8000엔), 대만 타이베이(30일에 4만 엔), 베트남 호치민(30일에 5만 엔) 등 장기 피신처로 선택할 수 있는 어느 지역보다 저렴하다.
이 여행 상품은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지정병원 안내는 물론 일본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내 특정 장소까지 소개하며 지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장기 피신 여행자는 3일 처음으로 한국에 입국했고 17일 2차 입국이 예정돼 있다. 3일 입국자 및 17일 입국 예정자를 포함해 10여명이 신청을 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 상품은 너무 저렴해 팔수록 적자지만 피해자 배려 차원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더 많은 신청을 받고 싶었다"며 "하지만 워낙 저가라 국내 호텔 확보가 쉽지 않아 더 이상 신청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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