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망명 허용’ 급물살… ‘티핑포인트’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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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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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등 40여개국 대표들… 런던서 리비아 출구전략 논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망명을 포함한 ‘리비아 출구전략’ 논의가 서방사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29일 더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리비아 사태를 신속히 끝내기 위해 카다피 원수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처벌을 받지 않고 아프리카 국가로 망명하는 방안을 국제사회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주요 40여 개국 대표들이 모여 ‘포스트 카다피’ 전략을 모색했다.

○ 아프리카 망명 방안 논의


런던 회의를 하루 앞둔 28일 과거 리비아를 지배했던 이탈리아는 카다피 원수의 망명지와 관련된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카다피 원수에게 피신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미국도 카다피 원수가 도주할 경우 이를 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망명지로 ICC의 관할범위를 벗어난 아프리카 지역을 언급하며 “카다피 원수는 ‘물러난다’고 말하는 게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리비아는 곧 해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카다피 원수를 반인륜범죄 행위로 법정에 세우려 했던 미국과 영국도 망명에 찬성하는 기류다. 가디언은 미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워싱턴은 카다피 원수가 도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들은 필요하다면 군사적 물리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카다피 원수를 몰아내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도 “카다피 원수가 기소돼야 한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입장이지만 망명이 평화로운 해결의 대가라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랍권 신문인 알바와브는 28일 “서방국가들이 카다피 원수에 대해 ‘축출(oust)’ 대신 ‘퇴진(step down)’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 “런던회의, 카다피의 종반전 위한 것”


카다피 원수에게 제3국으로 퇴로를 보장해주는 방안은 이달 초부터 제기돼왔다. 그러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 나흘 만인 22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카다피 측근들이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카다피 원수의 망명과 관련한 물밑 움직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29일 열린 런던 회의에서는 카다피 원수 퇴진을 전제로 리비아가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방안이 논의됐다. BBC는 이 회의를 “카다피 원수의 종반전(endgame)을 위한 것”이라고 표현하며 “반카다피군이 잃어버렸던 땅을 재탈환하고 국제적 정치적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리비아 사태의 ‘티핑포인트(극적인 전환의 순간)’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회의에서는 리비아 반카다피군 대표기구인 임시 국가위원회가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잘 이끌어갈지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프랑스와 카타르가 국가위원회를 리비아의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9일 대사까지 임명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런던 회의를 마치고 마흐무드 지브릴 국가위원회 대표를 따로 만날 예정이다.

망명설의 당사자인 카다피 원수 측은 공식적으로는 전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런던 회의에 “리비아를 겨냥한 야만적인 공격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관저에까지 퍼부어지는 다국적군의 공습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카다피 원수가 신변안전 보장을 전제로 퇴로를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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