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당한 민간인 시신, 카다피 사기극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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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죽었다” 희생자 모습 공개
AP “다른 시신 가져와 둔갑시켜”

다국적군의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 발생 여부를 놓고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리비아 정부가 다른 곳에서 시신을 가져와 폭격 사망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리비아 국영TV는 24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본거지였던 트리폴리의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에 시신들이 즐비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국적군 공습으로 수십 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전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도 이날 “다국적군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1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국적군 측은 즉각 “민간인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AP통신은 미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정부군이 시체공시소에 안치돼 있던 다른 시신을 가져와 민간인 사망자라고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 정부 관계자가 민간인 공습 피해자라고 주장한 시신 18구를 트리폴리의 한 병원에서 직접 확인한 로이터통신도 “시신을 담은 흰색 자루에는 사망 날짜가 (공습 하루 전인) ‘18일’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시신 중에는 여성도 포함돼 있었고 일부는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탔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전날 트리폴리 공동묘지에 매장 예정이던 33개의 관 가운데 매장된 18개를 뺀 나머지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리비아 곳곳에선 치열한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제3의 도시 미스라타에서 정부군 저격병 30명이 사살됐고 정부군 군함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트리폴리와 군 기지가 있는 동부 타주라에선 다국적군의 대공포 공격으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카다피 원수의 고향인 해안도시 수르트에서도 폭발음이 이어졌다.

한편 카다피 일가의 반인륜 범죄 혐의를 조사 중인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국제형사재판소(ICC) 수석검사는 24일 “조사 결과 카다피 정권 인사들이 기소될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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