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쓰나미 폐허 속에 핀 애틋한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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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들, 이웃에 폐될라…” 가족 8명이 자동차 피난살이

“다른 피난민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이와테(巖手) 현 오후나토(大船渡) 시 주민인 오타 아키코(大田明子·38)씨 가족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뒤 일주일간 승합차 안에서 살았다. 지역 초등학교에 대피소가 마련돼 있지만 자폐증세가 있는 둘째 아들 아쓰야(敦也·10) 군 때문에 다른 피난민들이 불편해질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일본인 특유의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배려인 것이다.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승합차를 대피소가 차려진 학교 운동장에 세워 놓았다. 하지만 아쓰야 군은 좁은 공간이 답답한지 점점 떼를 부렸다. 보다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까운 친척이 “야쓰야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수 있도록 하자”며 나란히 자동차를 댔다. 자동차 3대에서 8명이 피난생활을 이어갔지만 가솔린이 점점 떨어져 밤에는 추위 때문에 잠도 못 이뤘다. 발도 뻗을 수 없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지난 주말 오타 씨 가족은 대피소로 옮겼다.

아쓰야 군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낯선 데다 수시로 발생하는 여진으로 건물이 흔들리고 사이렌이 울리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아쓰야 군은 귀를 틀어막고 “엄마, 어쩌면 좋아”라고 소리치며 울기 일쑤다. 아쓰야 군의 어머니는 주위 눈을 의식하면서 “괜찮아, 조금만 참아”라며 아들을 달래고 미안한 표정으로 연방 주위를 둘러보며 양해를 구한다. 갑자기 대피소에서 뛰쳐나간 아들을 찾느라 한참동안 애를 먹기도 한 오타 씨는 한시도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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