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日정부, 안전경고 무시…원자로 수명연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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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최근 대지진 및 쓰나미로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1호 원자로에 대해 전문가들의 안전 경고에도 개의치 않고 10년 사용연장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이 일본 원전규제 당국 웹사이트에 올라온 후쿠시마 원전 6기 원자로에 대한 검토 요약분 내용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원전 사용연장 검토 위원회는 1호 원자로의 경유 엔진들에 문제가 있을 때 가동되는 예비엔진들에 균열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 같은 균열 때문에 문제의 엔진들은 바닷물 및 빗물에 의한 부식에 취약해진 상태였다. 신문은 이들 엔진이 이번 쓰나미로 못쓰게 되면서 1호기의 냉각시스템도 작동을 멈추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쓰나미 엄습 이후 1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의 과열 및 방사성 물질 누출을 막느라 고심해야 했다.

원전규제 당국은 매번 회의 후 그 결과를 웹사이트에 올리는데 이번 쓰나미 발생 직전에 올린 내용을 보면, 도쿄전력은 1호기 사용연장을 허락받은 지 수주가 지난 후에 원전 내 전체 6기 원자로에서 펌프와 경유발전기 등 냉각시스템과 관련된 33개 장비를 점검하는 데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돼 있다.

원전규제 당국은 "(도쿄전력의) 정비관리가 부적절했고 점검의 질 역시 불충분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전력의 점검 실패 인정이 있은 뒤 2주도 안돼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다.

신문은 6기 원자로 중 가장 오래된 1호기의 사용연장 허용과 6기 전체의 점검 실패는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원전 운영업체와 원전 규제 당국 간 부적절한 유대관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1호기 사용연장 허용을 정부 측에 권고한 기구를 비롯한 일본의 원전규제기구들은 주로 학계 관계자들로 구성되며 이들 관계자는 관료주의적 정책결정을 그저 지원하고 자신들을 고용하는 기구들의 뜻에 어긋나는 결정은 거의 하지 않는다.

도쿄전력도 원전규제기구 관계자들의 원전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가 있게 되면 새 원전 건설이 어렵게 되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원자로 안전에 대한 부실한 기록과 은폐가 있음에도 원자로의 법적 사용연한 40년을 넘겨서라도 정부의 사용연장 허가를 얻어내려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정부 역시 화석연료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핵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데 '혈안'이 된 나머지 원전 운영업체에 동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이런 연유로 낡은 원자로의 사용기간 연장은 세계적 추세의 일부가 되고 있다.

향후 10년 이내 일본에선 후쿠시마 제1원전 내 2~6호기를 포함해 13기의 원자로가 사용연한 40년을 맞게 돼 엄청난 교체비용이 들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점이 낡은 원전 점검을 맡은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산업안전국(NISA)의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내용을 스스로 평가절하하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2월초 원자력규제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당국은 도쿄전력에 연료봉이 담겨있는 1호기 가압용기에 대한 잠재적 방사선 유출 피해와 원자로 압력조절장비에 물을 붓는 분무헤드의 부식, 원자로 핵심 볼트의 부식 등을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NISA 위원회는 1호기 점검기간에 자체적으로 파악한 문제점들을 검토하려고 6차례나 회의를 열었으나 결국 도쿄전력이 지진으로부터 원자로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요구조건을 충족했다고 결론짓고 1호기 사용연장 허용을 정부에 요청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설계에 관여한 다나카 미쓰히코 씨는 제1원전의 원자로들이 모두 낡았다면서 특히 원자로압력조절장비가 그렇다고 말했다. 실제로 쓰나미 발생 이후 제1원전 측은 원자로 내의 올라가는 압력을 낮추느라 노력해야 했다.

다나카 씨는 이어 "(1호) 원자로는 이제 교체해야 할 때가 됐다"며 쓰나미 때문에 1호기에 엄청난 손상이 생기기도 했지만 쓰나미로 인한 손상을 차치하고 1호기의 파이프와 컴퓨터 등이 너무 낡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쓰노다 나오키 도쿄전력 대변인은 "우리는 장래에 (원자로들에 대해) 적절한 점검을 할 것"이라면서 이번에 발생한 원자로 사고원인을 연구해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니시야마 히데히코 NISA 부국장은 "(원자로에 대한) 현재의 안전장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1호기 사용연장은 "어떤 문제든 도쿄전력이 해결할 것이란 이해를 근거로 해 승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제1원전 원자로 점검을 계약한 한 회사의 직원은 2000년 제1원전 내 노심들을 덮는 강철막(幕)에 금이 갔다고 규제 당국에 보고했으나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건성으로' 도쿄전력에 말하면서 원자로 가동을 허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원전반대론자 겸 당시 후쿠시마현 지사인 사토 에이사쿠는 당국이 그 문제를 깔아뭉갰다면서 현과 지역민들은 문제가 불거진 지 2년 후인 2002년 당국이 해당 문제를 공개할 때까지 몰랐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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