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원전사고 후 도쿄에 첫 비… 긴자거리 행인 10분의 1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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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물질 우려 ‘도심 적막’

21일 일본 도쿄 전역에 비가 내리자 도쿄는 ‘죽은 도시’처럼 조용해졌다.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난 후 도쿄에 비가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들은 방사성 물질이 비에 녹아 있을 것을 두려워해 외출을 삼갔다. 최근 일본인들은 인사말을 “절대 비 맞지 말라”고 할 정도로 비에 민감하다.

이날 오후 1시 도쿄의 대표적인 상업지역인 긴자(銀座)는 춘분 공휴일에 기온도 10도를 웃돌아 포근했지만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긴자 한가운데 자리 잡은 마쓰자카야 백화점에는 손님보다 종업원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1층 화장품 코너에서 일하는 한 종업원은 “오늘은 손님이 평상시보다 10분의 1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절전운동에 동참한 일부 건물이 외등까지 끄면서 긴자 거리는 어둡다 못해 칙칙한 느낌마저 들었다.

긴자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고쿄(皇居)’는 일본 왕과 그 일가가 거주하는 곳이어서 관광객이 사시사철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고쿄 앞 공원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한 대도 없었다. 고쿄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우산을 든 사람들은 비옷에 장갑까지 끼고 ‘중무장’을 한 모습이었다.

택시운전사 오키노 가쓰지(興野勝司·65) 씨는 “휴일인데도 도쿄 어디든 차량이 막히지 않는다”며 “24시간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하라주쿠(原宿)에서도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고 가게들만 불을 켜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오후 8시면 도쿄 전체가 깜깜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쿄=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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