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에 폭격 당한 국제유가… 30개월만의 최고가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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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 석유시설 첫 공격… 세계경제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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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정부군이 9일 반(反)카다피군이 장악한 라스라누프 석유시설을 집중 폭격했다. 정부군이 석유시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서방세계가 경계했던 카다피 원수의 석유시설 파괴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정부군이 이날 라스라누프 서쪽으로 5km 떨어진 반군 진지에 20여 개 폭탄을 퍼부으며 2곳의 원유시설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폭격 이후 엄청난 폭발음이 이어지면서 3개의 거대한 짙은 연기 기둥과 불길이 목격됐다고 한다.

반군 무스타파 게리아니 대변인은 “정부군이 유전으로부터 시드라에 원유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을 포격했다. 원유저장소도 공습을 받았다”며 “카다피군이 국제 석유시장에 타격을 주기 위해 유럽에 경고를 하려는 것이겠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 슈크리 가넴 회장은 “폭격을 받은 것은 소규모 디젤 저장시설일 뿐이고 원유시설 피해는 없다. 중요한 것은 원유 시설과 석유 산업의 안전이 온전히 지켜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석유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리비아가 세계 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위(전체의 5%)이지만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기업들이 리비아에서 석유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어 석유 시설 폭격은 단순히 원유 공급 차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이날 석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2년 반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4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6.44달러까지 올라 2년 6개월 만의 최고가로 급등했다. 브렌트유가는 중국과 한국 등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JP모건 석유 리서치 로런스 이글스 대표는 “리비아 석유 시설이 손상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석유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8대 산유국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60만 배럴에서 현재 50만 배럴로 줄었다. 만약 리비아의 석유 공급이 중단될 경우 국제 유가는 150∼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공격이 카다피 원수가 서방 국가들의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를 막기 위해 협박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카다피 원수가 막대한 석유 판매 수입을 권력 유지를 위한 돈줄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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