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의회청문회서 美외교 현주소 진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중국의 접대외교에 밀리고 정보전쟁선 ‘루저’로 전락”

“우리 미국은 지고 있습니다(USA, we are losing).”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 외교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정보전쟁 중이며 그 전쟁에서 지고 있다”면서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다른 국가에 대한 메시지 전파 노력을 소홀히 해왔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장관은 중동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잃고 있다고 자책했다. 그는 “(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도자 역할을 한다”며 “알자지라는 진짜 뉴스를 다루는데 미국 TV는 수많은 광고와 공허한 논쟁뿐이다. 알자지라는 미국 언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그는 “중국은 영어 등 외국어로 방송하는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러시아도 영어방송 네트워크를 열었다”며 “세계 각국이 저마다 국익을 홍보하고 자신의 가치를 담은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이 예산을 줄였다. 우리는 전투 중 실종된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도적인 지원 문제는 제쳐 두고라도 현실 정치를 똑바로 얘기해 보자. 우리는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엑손모빌이 액화천연가스(LNG)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파푸아뉴기니를 예로 들면서 “중국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도 호시탐탐 미국을 따라잡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중국은 조그만 태평양 국가의 지도자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밥과 술을 먹이고 있다”며 자원이 풍부한 태평양 국가에 대한 영향력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뿐만 아니라 피지 같은 독재정권과도 우의를 다지면서 영향력 증강에 힘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피지에 올해 국제개발처(USAID) 사무소를 재개하려 했지만 지난달 공화당이 주도하는 예산 삭감 조치에 따라 사무소 재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직 미국이 끝난 건 아니다. 클린턴 장관은 “국무부 차원에서 ‘뉴 미디어’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며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트위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우리의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아랍어를 할 수 있는 모든 젊은 외교관들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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