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케이블TV가 지상파 처음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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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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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종편 협력자 컴캐스트, NBC 인수해 세계 최대 미디어기업으로

“케이블TV 네트워크가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을 삼켰다.”

18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가 미국의 3대 지상파 네트워크 가운데 하나인 NBC방송(NBC유니버설)을 인수하는 것을 승인했다. NBC는 미국 최초의 지상파 TV다.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자의 지상파 방송 합병은 미국 방송산업 역사상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판 ‘미디어 빅뱅’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며 미디어 산업이 융합하고 복합화하는 현상을 반영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컴캐스트는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가칭)의 미국 내 콘텐츠 공급 협력 사업자다.

미국 내에서도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번 결정은 2009년 11월 컴캐스트와 NBC가 합병에 합의한 지 1년 2개월 만에 승인됐다. FCC는 업계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 토론회와 공청회 등 종합적인 검토 과정을 거치는 심사숙고 끝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FCC 위원 5명 중 4명이 컴캐스트의 인수 허용에 찬성했고 민주당이 추천한 마이클 콥스 위원이 유일하게 반대했다.

암묵적으로 주(州)별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며 경쟁의 무풍지대를 질주하던 미국 케이블TV 업체들은 2000년대 초 디렉트TV, 디시네트워크 등 위성방송의 급성장으로 시장이 포화되면서 성장 정체에 빠졌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한 IPTV의 이용 증가와 유튜브 등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이용자도 급증했다. NBC 역시 2009년 광고매출이 전년보다 33.7% 하락하는 등 위기에 빠졌고 대주주인 GE도 주력 업종이 아닌 미디어 기업을 정리할 필요가 생겼다.

미국 방송업계에서는 양사의 합병을 통한 거대 복합미디어 그룹의 등장으로 대규모 콘텐츠에 대한 신규 투자가 가능해졌고, 콘텐츠 제작에서 배급 및 활용이 일원화돼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경쟁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컴캐스트는 이번 인수로 세계 최대 미디어기업이 된다.

물론 일각에선 하나의 미디어 재벌에 사상 유례없는 정보흐름의 통제권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합병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2001년 당시 ‘세기의 합병’으로 관심을 모았던 타임워너(콘텐츠 제공업체)의 인터넷 네트워크 AOL 통합 시도를 상기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당시 통합 시도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실패로 돌아갔다.

한편 FCC는 이번 합병을 허가하면서 컴캐스트의 전횡을 막기 위해 경쟁 케이블TV 업체와 위성사업자, 인터넷 비디오 사업자들에 ‘합리적인’ 조건으로 컴캐스트와 NBC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10여 개 조건을 달았다. 또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 위치에 오른 컴캐스트에 대해 △250만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월 1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15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PC나 넷북 등을 공급하도록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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