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식민통치국 佛 ‘이중외교’ 도마올라

  • 동아일보

튀니지 독재자 옹호하다 발빼고… 아이티 前독재자 귀국개입 의혹

아랍권 최초 민중혁명으로 평가받는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대해 전 식민통치국이자 우방인 프랑스가 보여 온 태도가 세계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이었던 프랑스 정부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된 튀니지 시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무함마드 부아지지 씨가 이달 초 사망한 뒤 민주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독재자 벤 알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르몽드에 의하면 오히려 미셸 알리오마리 외교장관은 12일 튀니지 정부의 시위 진압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가 의회에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나마 튀니지 시위에 긍정적 메시지를 보낸 것은 벤 알리가 야반도주에 나서기 바로 전날인 13일 프랑수아 피용 총리가 “경찰의 강경한 시위 진압은 문제”라고 비판한 게 처음이자 전부였다. 프랑스는 벤 알리 일가의 프랑스 망명 가능성이 언급되자 14일 국무회의에서 “벤 알리 일행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재빨리 밝혔다. 그러나 환영하지 않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15일 파리 튀니지인들의 시위에는 “벤 알리 암살자, 사르코지 공모자”라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르몽드는 16일 “프랑스가 막판에 벤 알리의 손을 놓았다”고 논평했다.

전 튀니지 주재 프랑스 대사 자크 랑사드 씨는 “프랑스는 튀니지 봉기의 핵심을 완전히 잘못 이해했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벤 알리를 권좌에 계속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큰 오판을 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관계와 이슬람 극단주의자 견제라는 정치적 이해만 생각한 나머지 벤 알리를 너무 옹호해 왔다는 것이다.

프랑스에 거주하던 아이티의 전 독재자 ‘베이비 독’ 장 클로드 뒤발리에(59)가 16일 아이티로 전격 입국한 과정에서도 프랑스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86년 아이티에서 쫓겨난 뒤발리에는 25년간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이날 에어프랑스 편으로 아이티에 도착했다. 지난해 대지진과 콜레라의 재앙을 겪은 아이티는 뒤발리에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또다시 정국 혼돈이 우려된다. 프랑스 외교부 관계자는 “뒤발리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고 그가 프랑스를 떠났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과거 아이티의 식민지배국이었던 프랑스는 1825년 이 나라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신 1억5000만 프랑의 배상금을 요구해 아이티를 빈국(貧國)의 수렁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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