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벌어진 미국 애리조나 주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어린 딸을 잃은 존 그린 씨는 지역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그린 씨의 딸 크리스티나(사진)는 2001년 9월 11일, 바로 ‘9·11테러’가 터진 날 태어났다. 만 아홉 살 소녀다. 어머니 록사나 그린 씨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모두 우울했던 그날 크리스티나의 탄생은 행복을 가져다줬죠. 희비가 엇갈리는 날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생일을 알게 되면서 주위에 “난 명절(holiday)에 태어났다”고 말하곤 했다. 부모가 그날의 의미를 알려주자 크리스티나는 9·11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 애썼다고 한다. 록사나 씨는 “딸은 9·11이 ‘희망의 날’이라며 자기 생일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는 2002년 9월 11일 출간된 ‘희망의 얼굴: 9·11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책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 여류 동화작가가 그날 태어난 아이를 50개 주에서 한 명씩 뽑아 사진과 함께 희망을 주는 짧은 문장을 넣은 103쪽짜리 작은 책이었다.
사건 당일 크리스티나는 이웃 아주머니를 따라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직접 만나기 위해 현장에 갔다.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학생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크리스티나가 정치인을 만나는 걸 좋아하리라 여긴 이웃 아주머니의 아이디어였다. 그린 씨는 “어렸지만 정치에 관심을 보였다”며 “연설을 아주 잘했기 때문에 난 그 애가 훗날 정치인이 된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의 감독을 했던 할아버지와 현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구단 스카우트 담당인 아버지의 피를 받은 듯 동네 어린이 야구단의 홍일점 선수였다. 그러나 베이스를 도는 꼬마 야구선수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크리스티나 말고도 사건 현장에서 총격을 받아 숨진 5명 가운데는 운명이 엇갈린 두 쌍의 노부부도 있다.
퇴직한 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도원 스터다드 씨(76)와 마비 스터다드 씨(75) 부부는 소꿉친구였다. 그러나 각기 따로 결혼한 뒤 배우자와 사별하고 15년 전 다시 만나 결합했다. 이날 기퍼즈 의원을 만나려다 총격을 받자 도원 스터다드 씨가 아내를 몸으로 덮어 구했지만 자신은 숨졌다. 반면 공화당원이지만 기퍼즈 의원에게 호감을 느껴 현장을 찾은 조지 모리스 씨(76)와 도로시 모리스 씨(76) 부부는 반대로 부인 도로시 씨가 숨지고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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