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새 전략무기감축협정 비준… 오바마 ‘뉴 START’ 결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국제 공조로 北-이란 核억제 효과”

“이번 레임덕 세션(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한 후 연말까지 열리는 현 의회의 마지막 회기)에서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한 가지는 내가 끈질기다는 사실이다. 나는 뭔가를 강하게 믿으면 반드시 끝까지 일한다.”

22일 오후 4시 15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의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의회가 열리는 동안에는 겨울 휴가를 떠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의회를 압박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상원에서 비준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소집했다. 이 협정은 두 나라의 전략 핵무기 수를 현재의 2200기에서 1550기로 감축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START 비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71표, 반대 26표로 통과시켰다. 비준안은 민주당 소속 의원 56명 외에도 무소속 2명과 공화당 지도부 방침을 따르지 않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13명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67석) 이상의 지지를 얻어냈다. 공화당 지도부는 미국이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러시아가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명기한 조약 서문 조항이 삭제돼야 한다며 연내 표결에 반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초당적인 START 비준안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안보를 위해 공조하는 강력한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내는 것”이라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해 전진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군축협회(ACA) 대럴 킴볼 집행국장은 UPI통신에 “새 START는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새 START는 4월 오바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해 채택됐다. 새 START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말기에 최악이었던 미-러 관계를 재설정하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러 정책의 근간으로 꼽힌다. 러시아에서도 이 협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느냐가 대러 관계 개선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진정성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시험지’로 간주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참패해 반신불수가 됐던 오바마 대통령이 부활했다. 레임덕 세션에서 자신의 핵심 정책을 대부분 통과시키는 정치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중간선거 이전에는 왼쪽에 치우쳐 있던 자신의 이념성향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중립층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공화당과 타협하면서 초당적 정치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의 강한 반발을 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와 타협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감세법안을 2년 더 연장시켰고, 실업수당을 13개월 연장하는 법안도 포함해 결과적으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이끌어냈다. 또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사람에 대해선 군 복무를 금지하는 ‘묻지도 답하지도 말라(DADT)’ 법안 폐기는 민주당의 핵심정책으로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후보가 내건 공약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이날 하와이로 휴가를 떠난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이 홀가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공화당이 하원 의석의 다수를 차지하는 내년 의회에선 이민개혁법안과 재정적자 감축 문제 등 많은 정책을 놓고 공화당과 다시 격돌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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