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제가 스웨덴서 순교작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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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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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단체 신원-사진 공개… 이라크 출신-스웨덴 국적… 英서 대학 다닌 20대 가장

11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중심가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는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라크 출신 20대 가장으로 드러났다고 더타임스 등이 13일 보도했다.

▶본보 13일자 A21면 참조 스웨덴 첫 폭탄테러… 시민들 경악

더타임스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서 자살한 용의자는 타이무르 압둘와하브 알압달리(29·사진)로 2004년 영국 루턴의 베드퍼드셔대를 졸업했다. 알압달리가 최근 영국의 한 이슬람 전용 데이트사이트에 실은 자기소개에 따르면 1992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부모와 스웨덴으로 이민을 와 스웨덴 국적을 취득했다. 2001년 영국에 유학 와서 스웨덴 출신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뒀다. 알압달리 가족은 여전히 루턴에 살고 있으며 사건 보름 전에도 그를 본 이웃이 있다. 스웨덴의 토마스 린드스트란드 검사는 이날 스톡홀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은 알압달리가 범인임을 98% 확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12일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예멘의 이슬람 무장단체 슈무크 알이슬람은 “우리 형제 알압달리가 스톡홀름에서 순교 작전을 벌였다”고 주장하며 웹사이트에 그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건 10분 전 스웨덴 경찰과 TT통신에 보낸 협박 음성 e메일에서 그는 “나는 중동에 일하러 간 것이 아니라 지하드(성전)를 위해서 갔다. 가족에게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며 사전에 중동에서 모종의 훈련을 받았음을 시사했다고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 국내정보국(MI5)과 경찰은 이날 알압달리의 루턴 집을 압수수색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한 알압달리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방첩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의 대학이 이슬람 극단주의의 온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최근 영국에서 대학생활을 보내며 알카에다의 급진 사상에 물드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데 알압달리도 그중 한 명인 것 같다”는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미국 노스웨스트항공 253편 여객기 기내에서 폭탄테러를 기도한 나이지리아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도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들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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