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한국섬유공장 “임금인상” 유혈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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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서 다른 공장 번져 3명 사망 150여명 다쳐
한국인 피해는 아직 없어

방글라데시의 한국 섬유공장 등에서 현지 근로자들의 폭력시위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3명이 사망하고 150여 명이 부상했다. 한국인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주방글라데시 한국대사관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11일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 시에서 한국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의 공장 근로자 수천 명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폭력시위를 벌이자 영원무역 측은 이곳 공장 7곳과 수도 다카 공장 1곳을 폐쇄(무기휴업)하며 맞섰다.

둘째 날인 12일 치타공의 섬유근로자 2만여 명은 수출가공구역 내 다른 회사의 공장을 공격했고 수도 다카에서도 4000명의 여성 근로자가 도로를 막고 차를 불태우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다. 주요 외신은 이번 시위과정에서 전국적으로 3명이 숨지고 경찰 근로자 등 150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했다. 시위대에 맞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 등을 쏘며 진압에 나서 최소 25명을 체포했다.

조태영 주방글라데시 대사는 “11일 이전부터도 방글라데시 곳곳에서 최저임금 문제로 노사분규가 여러 차례 있었고 그 와중에 영원무역 근로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며 “12일 오후부터는 시위가 잠잠해졌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의 4500여 개 섬유공장에서는 대부분 월마트나 H&M 등 서방 유명 의류소매업체에 납품할 옷을 생산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최저임금이 월 43달러(약 4만9000원)로 올랐지만 현지 근로자들은 “많은 공장주가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리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지에 머물고 있는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자료를 내고 “11일 오후 4시 10분경(현지 시간) 우리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신원 미상의 괴한들이 우리 공장 7군데에서 난동을 부려 기계, 장비, 차량 등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성 회장은 이어 “이들은 ‘근로자들이 살해됐는데 시체를 찾기 위해 공장을 수색해야 한다’며 근로자들을 선동하고 현지인 관리자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인 직원들은 11일 오후 9시에야 현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구출됐다”며 “우리 회사 소속 근로자 중 사망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을 판매하고 있는 영원무역은 지난해 국내 아웃도어 매출 1위(4500억 원)를 기록한 업체다. 방글라데시, 중국, 베트남, 중남미 등지의 공장에서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아웃도어 의류, 신발, 배낭 등을 주문받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품을 생산, 수출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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