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파문]대중 지지 왜 증폭되나

  • 동아일보

“양키제국 몰락의 弔哭” 환호 vs “분별없는 폭로” 싸늘

네덜란드 검찰이 미국 외교전문 25만 건을 공개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와 거래를 끊었다는 이유로 마스터카드사의 웹사이트를 해킹한 용의자를 9일 붙잡고 보니 16세 소년이었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39)가 체포된 뒤에도 위키리크스에 대한 세계인의 지지는 오히려 증폭되는 분위기다. 왜 사람들은 위키리크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우선 기존 질서와 이를 거부하는 인터넷 문화가 처음으로 강하게 맞붙었다고 분석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폭로를 통해 단단하게만 여겨지던 기존 현실정치 체제가 교란되고 특히 서방 정치 엘리트의 위선이 드러난 데서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위키리크스의 중요성은 공개된 정보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기술 그 자체”라며 “이 기술은 정부의 거짓말을 무너뜨리고 인권을 보호하는 잠재적 무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어산지 씨와 위키리크스가 탈냉전 이후 미국의 ‘패권적’ 행태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도 한 이유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미국이 볼 때는 어산지 씨가 테러리스트지만 인터넷 사회에서 그는 자유의 전사(戰士)”라고 묘사했다. 특히 미국이 위키리크스와 사업관계에 있는 여러 기업에까지 압력을 넣어 관계를 단절시키는 모습에 사람들은 “미국이 자신이 내세우는 ‘언론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배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다윗이 이기기를 바라는 대중심리도 있다. 이번 싸움은 미국 정부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 어산지’의 느낌이 강하다. 위키리크스라는 조직 역시 거의 어산지 씨 단독으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위키리크스의 운영방식을 ‘독재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비밀이 없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들에게 위키리크스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느 방법보다 그 이상에 한발 다가선 ‘무기’다.

하지만 열광의 이면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위키리크스에 비판적인 진영에서는 “많은 비밀과 정보를 보유하면 할수록 위키리크스는 자신이 공격하는 ‘무책임한 권력’을 닮아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공문에 들어 있는 일부 개인의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만한 무분별한(indiscriminate) 폭로” “그나마 인권과 개인의 자유가 잘 보장된 미국에서나 영향력을 미칠 뿐, 억압적인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맥을 못 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