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주민발의안 함께 처리… 화제의 법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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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 ‘부자 과세’법안 MS 집안싸움… 빌게이츠 부친 “찬성” CEO 발머 “반대”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도 눈길

2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의원과 주지사들을 뽑을 뿐 아니라 화제를 모은 주민발의안들도 함께 처리된다. 미국에선 중간선거를 통해 해당지역 주민들이 지역에 필요한 법안을 상정하고 일정 수 이상의 동의(서명)를 얻어 찬반투표를 하는 직접민주주의적인 주민발의안도 함께 처리하고 있다.

수백 개의 주민발의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워싱턴 주의 이른바 ‘부자 과세안’이다. 다른 주들에서 100여 개의 감세 주민발의안이 상정된 가운데 유독 미국에서 개인 소득세가 없는 7개 주 중의 하나인 워싱턴에서만 증세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1098 발의안’으로 명명된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부부소득이 40만 달러를 넘어서면 5%의 세율을 적용하고, 100만 달러 이상의 경우 9% 세율에 추가로 3만 달러를 세금으로 더 내는 것이다. 이러면 워싱턴 주에서 주민 1.2%에 해당하는 4만여 가구가 연간 20억 달러의 세금을 새로 내야 한다.

이 법안은 찬반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맞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법안 찬성의 선봉에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가 있다. 그는 법안을 직접 작성한 것을 넘어 법안 통과를 위해 조성된 기금 640만 달러 중 60만 달러를 쾌척했다. 반대진영에는 MS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 MS 공동창업자 폴 앨런, MS 법률고문인 브래드 스미스 등과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설립자 같은 억만장자가 포진해 있다. 발머 CEO와 앨런 공동창업자는 각각 42만5000달러와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한편 찬반 양론이 엇비슷하던 주민 여론은 투표일이 가까워오자 반대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중순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4.3% 내에서 반대 51%, 찬성 42%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주의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도 이번에 통과될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21세 이상 성인의 마리화나 소지와 재배를 합법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찬성진영은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 가격이 폭락해 범죄 조직의 은밀한 거래가 사라질 것이며 6억∼14억 달러의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도 지지 단체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반대진영은 마리화나 합법화가 청소년들을 중독시키고 환각상태에서 저질러지는 범죄와 교통사고가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법안은 한때 찬성이 많았지만 미 연방정부가 주민발의안이 통과돼도 마리화나를 금지한 연방법에 따라 단속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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