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영화 ‘호빗’ 유치 위해 法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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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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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부가 영화 한 편을 위해 법까지 바꿨다.

뉴질랜드 존 키 총리는 28일 자국이 배출한 세계적 흥행감독 피터 잭슨의 신작 ‘호빗(The Hobbit)’을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기로 제작사인 미국 워너브러더스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뉴질랜드 정부는 2500만 달러(약 280억 원)에 이르는 추가 면세 혜택 및 마케팅 보조금을 지원하고 제작사와 잭슨 감독이 원하는 대로 고용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영화 호빗은 세계 약 29억 달러(약 3조2700억 원)의 흥행수입을 올린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이전 시대를 다루는 속편이다. 5억 달러(약 5600억 원)를 들여 두 편의 호빗이 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주 뉴질랜드 배우조합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호빗의 촬영 거부를 들고 나오자 제작사 측은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찍지 않을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호빗을 뉴질랜드에서 찍어야 한다며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서자 배우조합은 보이콧 주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제작사 측은 25일 뉴질랜드로 날아와 안전하고 안정된 촬영 보장을 요구하며 키 총리 및 정부 인사들과 협상을 벌인 끝에 이런 결과를 끌어 낸 것.

뉴질랜드 정부는 이전에 약속했던 4500만 달러(약 500억 원)의 면세 혜택에 더해 1500만 달러(약 169억 원)를 더 줄여주기로 했고 마케팅 비용으로 1000만 달러(약 112억 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배우와 촬영 스태프가 피고용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하는 고용법 개정안을 내기로 했다.

이 법은 이날 뉴질랜드 의회에 직권상정됐다. 개인사업자가 되면 배우나 스태프는 촬영 중 노동쟁의를 벌일 수 없고 휴일수당과 병가 등 피고용인으로서의 혜택은 없어진다. 그 대신 극장 개봉 뒤 나올 호빗 DVD와 인터넷 다운로드 동영상에 역시 잭슨 감독이 제작한 뉴질랜드 홍보 영상을 의무적으로 삽입하기로 했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호빗의 시사회 중 한 번은 뉴질랜드에서 열기로 했다.

합의 결과가 알려지자 뉴질랜드 노동당과 녹색당 등 야당과 노동계 및 일부 언론은 “‘은화 30냥’에 나라를 팔아먹었다” “거대 영화제작사에 휘둘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정부와 영화, 관광업계는 호빗이 뉴질랜드에 불러들일 유형무형의 이익을 거론하며 옹호했다. 영화 제작에 필요한 일자리 수천 개가 생기고 홍보효과 및 관광수입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 전문가들은 호빗을 뉴질랜드에서 찍음으로 해서 약 15억 달러(약 1조6875억 원)의 수익효과를 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성공으로 뉴질랜드 영화업계는 연간 23억 달러 가치(약 2조5875억 원)를 지닌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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