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 차기 지도자로]“정치개혁 딱 한마디… 그나마 얼버무려 헛것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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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중전회서 거의 다뤄지지 않아… 언론자유등 요구 지식인들 실망

‘중국의 실종된 정치개혁에 많은 사람이 우려한다.’

로이터통신은 19일 베이징(北京)발로 이런 제목의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홍콩 밍(明)보도 이날 ‘적당히 얼버무린 정치개혁, 학자 실망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18일 3박 4일 일정을 폐막한 중국 공산당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제1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의 결과에 많은 중국 지식인들이 실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8월부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거듭된 정치체제 개혁 발언에 이어 지식인들의 ‘언론 출판의 자유 보장하라’는 연대서명서, 중국 유력 신문들의 정치개혁 논의 보도 등 최근 일련의 정치개혁 요구가 분출됐다. 따라서 5중전회 개막에 앞서 위커핑(兪可平) 공산당 중앙편역국 부국장(차관급) 등은 “이번 회의에서 개혁의 중점은 경제영역 외에도 사회와 정치영역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결과로 나온 A4용지 약 4쪽 분량의 5중전회 공보(公報)에서 정치개혁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적극적이고 타당하게 정치체제 개혁을 추진한다”고만 표현됐을 뿐이다. 그나마 경제 정치 문화 사회의 개혁을 나열하면서 언급한 것에 불과해 어떠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해 중국의 월간 사상이론 잡지 ‘옌황춘추(炎黃春秋)’ 우쓰(吳思) 사장은 밍보에 “정치개혁은 딱 한마디인데 그나마도 헛것”이라고 일갈했다. 작가 위안젠(袁劍)도 “개혁개방 30년 동안 경제개혁은 기본적으로 다 했고 남은 경제문제는 대부분 실제로는 정치문제”라며 “(이런 상황 아래) ‘적극적이고 타당하게 정치체제 개혁을 추진한다’는 말은 대충하겠다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중공 중앙서기처 판공실에서 일하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투옥된 바 있는 우자샹(吳稼祥) 씨는 로이터통신에 “정치개혁은 결코 테이블 위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 총리가 정치개혁을 원하나 그는 경제를 책임지고 있을 뿐”이라며 “정치개혁은 (원 총리를 포함한 상무위원 9명이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동의해야 하나 그들은 정말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우려에도 공산당 지도부가 정치개혁에 긴박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톈안먼 사건 이후 공산당 지도부는 서구식 민주주의에 관한 어떠한 사상도 비난해 왔고 과거 소비에트연방 해체의 원인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통신은 중국이 최근 류샤오보(劉曉波) 박사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을 맹렬히 비난한 것도 이런 관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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