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 차기 지도자로]시진핑시대의 외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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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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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엔 “동맹” 南엔 “실리” 서방엔 “자존심”


‘시진핑(習近平)의 외교는 패권일까, 화평일까.’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됨에 따라 그의 외교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부주석이 2년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로 재임할 때는 중국의 경제력 등 종합 국력이 현재보다 월등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과의 최근 영토 갈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강공 외교 행보가 더 강화될지 주목된다.

○ 한국과는 실리 외교, 북에는 동맹 강조할 듯

우선 북한과의 동맹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 부주석은 8일 베이징(北京)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 경축 연회에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주중 북한대사관의 노동당 창당 행사에는 과거 외교부장도 참여한 적이 거의 없을 뿐더러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가하기는 처음이다. 며칠 후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낙점을 앞두고 있던 상태여서 그의 행사 참가는 더욱 의미가 컸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날 시 부주석은 “노동당의 새 지도체제와 전통을 잇고 미래로 향하는 협력의 정신을 강화해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를 진일보 발전시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간 전통적 동맹 관계를 ‘3대 세습’을 맞는 북한과 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한국에 대해서는 실리외교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시 부주석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05년 저장(浙江) 성 당서기 시절이 처음이고 지난해 12월이 두 번째다. 당시 그와 만난 사람들은 시 부주석이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는 “양국은 국제적 지역적 문제에서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어 평화적 조율을 통해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조기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 무역 관계가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 협력 확대 등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화평 발전’ 속에 숨겨진 높은 자존심

시 부주석은 지난해 12월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평화 발전의 길을 가겠다. G2가 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화평 외교를 강조한 말이었지만 실제로 그는 민감한 정치문제에 대해 할 말을 다하는 자존심을 숨기지 않아 왔다.

지난해 2월 남미 6개국 순방에서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서방의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중국의 내정에 함부로 간섭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럽 일부 국가가 티베트에 대한 자치 강화 등을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티베트나 대만,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문제 등은 ‘핵심적 주권 사항’으로, 중국은 일보의 양보도 없는 확고한 입장을 나타내온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차기 지도자로 주목되는 상황에서 평소 조심스러운 처신을 하는 데다 신중한 발언을 해온 시 부주석의 처신과 비춰볼 때 파격적인 언사였다. 당시 그의 말은 외신을 타고 세계로 타전됐다. 중국 국내에서는 언론 보도가 통제되기도 했다.

따라서 시 부주석 재임 시절에는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의식도 더욱 높아져 이를 외교 정책에 반영하려는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시 부주석은 후 주석 시대에 비해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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