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프간정부, 탈레반-반군과 비밀협상” 보도 잇따라

  • 동아일보

내년 7월 미군철수 앞두고 종전 모드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종전(終戰)모드로 들어간 것일까.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아프간 반군 세력과 비밀리에 접촉하거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7일 아프간 정부가 아프간 반군 중 알카에다와 연결된 가장 강경한 하카니 네트워크와 올여름 고위급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정부도 1년 이상 서방 중재자를 통해 이들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현재 파키스탄의 아프간 국경지역에 은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라덴을 비롯한 알카에다와 아주 밀접하다. 만약 하카니 네트워크가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는다면 알카에다는 사실상 고립된다.

가디언이 파키스탄, 아랍, 미국의 믿을 만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하카니 네트워크의 실질적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동생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방문해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벌였다. 또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미 정부를 대신한 서방 비정부기구 중재인이 파키스탄에서 하카니 대표단과 수차례 만났다.

이 신문은 미군의 무인폭격기 공격으로 하카니 측 전사자가 속출하는 데다 미군의 내년 철군 계획에 고무된 하카니 네트워크가 종전 이후 아프간에서 다른 반군 세력보다 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이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지도부가 종전을 위한 비밀 고위급 협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비밀협상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렸으며 탈레반 지도자 무함마드 오마르가 이끄는 15인 위원회인 케타 슈라 측이 참석했다. 아프간에서 서방 군대가 떠나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던 탈레반의 주장은 사실상 폐기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탈레반 측과 미 중앙정보국(CIA) 관료의 은밀한 회의도 최근 열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아프간 정부와 반군 측이 ‘화해’를 시도하는 까닭에 대해 양 신문은 내년 7월 철군을 시작해야 할 미국이나, 최근 대대적 공세에 시달리는 반군이나 해결책은 협상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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