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율 고집’에 美 ‘관세 보복’ 압박

  • 동아일보

■ 美하원 ‘환율조작 제재법안’ 압도적 통과

《미국 하원이 중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양국 간의 환율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위안화 절상을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까지 나서 중국에 초당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 모두 자국 수출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법안에도 공화당 의원 중 99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
중국도 올 6월엔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관리변동환율제로 돌아섰지만 이번만큼은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 같은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반발 양상은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미국 중간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중 무역적자 상당 부분 환율 탓”

오바마 대통령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중국 위안화 절상 압박은 미국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바람에 저가의 중국 제품이 미국에 밀려들고 있고 가격경쟁력이 취약해진 미국산 제품이 설 땅을 잃어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2268억 달러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위안화가 비정상적으로 평가 절하됐기 때문으로 미 행정부는 보고 있다.

미국의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강구하고 있다”며 “환율뿐 아니라 미국 제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와 미 상품을 겨냥한 중국의 다양한 장벽도 관심 대상이다”고 밝혔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수출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필수적이다.

물론 이번 중국 제재 법안이 선거를 염두에 둔 ‘종이호랑이’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보복을 걱정하고 있다.

제재 법안이 발효되려면 상원의 심의가 필요하고 상원을 통과한다 해도 다시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다. 미 상원은 11월 2일 중간선거 이후에 중국을 압박하는 유사 법안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 법안을 채택할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 경제전쟁 실마리 찾기 쉽지 않을 듯

위안화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고조되자 중국은 올 6월 기존의 고정환율제에서 환율 움직임을 더 유연하게 하는 관리변동환율제로 돌아섰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이때부터 조금씩 올라 30일까지 약 1.85%가 절상됐다. 중국으로서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은 가이트너 장관 등 경제 관료들이 기회가 날 때마다 “위안화 절상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압박을 이어갔고 결국엔 환율 제재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위안화 가치가 정상 수준보다 30∼40%는 절하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동안 수세적이었던 중국의 태도는 급변했다. 상무부 야오젠(姚堅) 대변인은 “환율을 이유로 반(反)보조금 조사를 벌이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이날 중국 런민은행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0.11%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한 6.7011위안으로 고시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강공 배경에는 1985년 강대국들이 압박해 일본 엔화의 평가 절상을 이끌어낸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경제가 수출 경쟁력 약화, 자산 버블로 붕괴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영토와 환율은 주권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고, 미국은 자국의 경기침체 탈출이 시급한 만큼 양국의 경제 전쟁은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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