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EU 레딩 부위원장 “오싹” 비판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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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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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추방을 나치에 빗대다니…” 佛-EU 설전 ‘감정싸움’ 비화

프랑스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집시 추방 문제를 놓고 대립해 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프랑스 정부의 설전이 격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9일 유럽의회가 프랑스를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만 해도 전면전은 자제하는 것처럼 보이던 양측은 비비안 레딩 EU 집행위 부위원장겸 사법·기본권 담당 집행위원이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레딩 부위원장은 14일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특정 소수 인종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체 회원국에서 시민들이 추방당하는 것을 보고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될 광경이라고 생각했다”며 공격했다. 또 그는 EU가 프랑스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5일 프랑스가 발끈했다. 레딩 부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프랑스의 집시 정책을 나치 독일의 유대인 추방 및 학살에 비유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서유럽에서 특정 사안을 나치에 빗대어 비판하는 것은 금기에 속할 만큼 민감한 문제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레딩 부위원장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상원의원들과 오찬 회동에서 ‘(레딩 부위원장의 출신국인) 룩셈부르크가 불법 체류 집시들을 받으면 되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어 “유럽의 규정과 프랑스 법을 따를 뿐”이라며 “프랑스는 비난받을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피에르 를루슈 유럽담당장관도 “레딩 부위원장이 2차 세계대전을 언급한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도 가만있지 않았다.

피아 아렌킬데 한센 집행위 대변인은 “레딩 부위원장의 언급은 EU 지도부 차원의 입장 표명”이라며 무게를 실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논쟁이 된 발언과 관련해 “2차 세계대전 때의 일과 유사성을 설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레딩 부위원장은 나와 상의해 발표했으며 개인적으로 (그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양측의 대결은 더욱 심각해질 소지가 크고 만약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소송이 벌어질 경우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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