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지진 2년… 美경제 아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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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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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지못한 월가의 탐욕… ‘위기재발’ 불안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꼭 2년이 됐다. 위기 발생 직후 시장의 자금 거래가 완전히 중단됐던 극심한 위기감은 진정됐지만 여파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주택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은 새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회복하는 듯했던 미국 경제에 ‘더블딥’(경기가 짧은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에서 고삐 풀린 금융회사들의 탐욕과 허술한 금융감독 체계의 위험에 대한 교훈을 얻었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 끝나지 않은 금융위기 여진

2년 전 금융위기는 미국 월가 금융회사들이 ‘구멍 뚫린’ 감독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고위험 고수익’ 경영 행태를 추구하면서 시작됐다. 막대한 손실을 본 월가 금융회사들이 휘청거렸고 가계와 기업은 물론이고 금융회사들도 자금을 구할 수 없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돈맥경화’ 문제를 해결했다. 올봄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정부와 FRB의 개입 효과가 떨어지자 금융시장에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떠나 안전한 채권과 금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금융위기 직전 3.7%에서 2008년 말 2% 수준까지 급락(채권값 급등)한 뒤 올해 4월 5일 3.99%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으며 8월 31일 2.47%까지 떨어졌다. 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12일 11,421.99였던 다우지수는 2009년 3월 9일 6,547.05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4월 26일 11,308.95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수차례 1만 선이 깨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 불안 정도를 반영하는 변동성 지수인 VIX도 경제전망의 불확실성 증가 등을 반영해 7월 말 23.5에서 8월 말에는 26.1 수준으로 상승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월가 금융회사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기고 이익을 내면서 건전성을 회복했다”며 “하지만 이는 정부가 민간부문의 빚과 부실을 떠안았기 때문이지 진정한 위기 극복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교훈은 얻었지만 재발 방지는 어려워

켄 골드스틴 미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은 금융회사들의 자본이 충분치 않았고 감독당국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두 가지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개혁법을 도입했지만 규제를 백화점 식으로 나열해 시장개입 강도만 높였을 뿐 금융회사의 자본 건전성 같은 핵심 이슈를 확실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 교수도 “금융감독은 규제 내용을 줄이고 핵심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균형감각’이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금융개혁법은 위기 재발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 ‘더블딥’ 걱정하는 미국 경제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제법 살아나는 듯했던 미국 경제는 올해 상반기 주요 부양책이 시한을 다한 후 민간부문에서 기대했던 만큼 자생력을 얻지 못해 회복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빚이 많은 가계는 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를 하지 않는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6.8%까지 떨어졌던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작년 4분기 5.0%까지 높아졌다가 올해 2분기에는 다시 1.6%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더블딥’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2%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저조한 성장률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데이비드 위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유가 급등, 가계 소비침체 우려가 높아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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