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간 총리직 유지]黨대표 경선 압승 이후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1-04-1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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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평당원의 힘… ‘파벌정치 상징’ 오자와 주저앉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4일 민주당 대표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한마디로 민심의 승리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이 우세할 것이라던 국회의원 투표에서도 간 총리가 앞선 것은 여론과 평당원의 의사를 의원들이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심과 조직의 대결에서 민심을 업은 간 총리가 조직까지 먹은 것이다. 국정 운영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3개월 만에 또 바뀔지도 모르는 불안정 정국은 일단 해소됐지만 간 총리 체제의 앞날은 여전히 순탄치만은 않다.

○ 오자와 영향력 크게 줄어

간 총리가 올해 6월 취임한 이래 표방해온 탈(脫)오자와 노선은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대표선거 투표권을 가진 국회의원, 지방의원, 평당원 사이에서 모두 간 총리가 이김으로써 리더십 기반은 더욱 탄탄해졌다. 반(反)오자와 세력이 두 번 연속 대표선거에서 이긴 데다 여론도 탈오자와 노선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는 게 분명해졌다. 국회의원 표에서도 간 총리가 앞선 점은 의미가 크다. ‘국회의원 수’가 최대 무기였던 오자와 전 간사장으로선 막후 영향력의 급격한 퇴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선거 승리에 핵심 역할을 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48) 국토교통상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56) 외상,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3) 재무상 등 ‘차세대 3인방’도 모두 반오자와 색깔이 분명하다. 이들은 향후 오자와 전 간사장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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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력한 비주류 세력을 숫자로 확인했다는 점은 간 총리에게 부담이다. 창당 동지이자 정치적 맹우였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등을 돌렸다. 강력한 비주류가 정권 내부에 존재할 때 얼마나 정국 운영이 어려운지는 오늘날 한국 정치상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탈오자와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오자와 지지 세력을 껴안아야 하는 정치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게 간 총리의 당면 과제다. 정책에서도 간 총리는 소비세 인상 논의와 지난해 총선 공약 수정 등 오자와 전 간사장이 반대해온 사안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 개각과 당직 개편…‘전원 참가’

간 총리는 조만간 내각과 당직 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민주당 제3기 내각’이 출범하는 셈이다. 장관, 차관, 정무관 등 여당 국회의원이 겸하는 정무직이 상당수 교체될 수 있다.

인사의 핵심은 당 조직과 자금줄을 총괄하는 간사장 자리다. 반오자와 세력의 선봉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간사장은 이미 사의를 밝혔다. 바뀔 경우 간 총리를 지지한 중견 의원 가운데 오자와 측과도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의 기용이 점쳐진다. 또 오자와 지지 의원 일부를 발탁함으로써 융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간 총리는 줄곧 ‘전원 참가 정치’를 강조해 왔다. 다만 오자와 전 간사장 본인을 요직에 등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 야당과 협력

참의원이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안정적 정국 운영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간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사안별로 야당과 연대하겠다”고 밝혀왔다. 소비세 인상 문제는 자민당과, 공공부문 개혁은 ‘모두의 당’과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야당도 사안별 연대엔 거부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는 정책별로 협력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국이 늘 불안할 수 있다.

당초 오자와 전 간사장이 승리하면 정계개편을 통해 연립정권의 틀을 바꿀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간 총리는 당분간 정치판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 총리는 2, 3년 안에는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현재의 여야 구도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세대교체 불가피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에선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간 총리-하토야마 전 총리-오자와 전 간사장 등 ‘창업 1세대’에 이어 오카다 외상-마에하라 국토교통상-노다 재무상 등 ‘차세대 3인방’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란 얘기다. 간 총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차세대에게 바통을 넘기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이 3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엔 이들이 반오자와 깃발 아래 똘똘 뭉쳐 간 총리를 지지했지만 ‘오자와 제압’이라는 1차 목적을 달성한 만큼 이제는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도 최근 간사장을 비롯한 당 3역이 모두 50대로 젊어져 정치권 전반의 세대교체 무드가 형성됐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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