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올여름 러시아를 휩쓴 대형 산불의 진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거론하며 전임자이자 정치적 스승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또다시 간접적으로 공격했다. 두 사람은 2012년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분명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누가 대통령직에 도전할지 나중에 정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8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재앙 수준의 산불은 현재의 산림보호 법률과 산림청이 산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의 방식이 (산림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나는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TV를 통해 러시아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푸틴 총리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던 2006년 구소련 시대에 구축된 전국적인 산림보호 조직을 해체하는 내용의 새로운 산림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는데 이로 인해 최근 야당과 환경보호단체로부터 대형 산불 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러시아에서는 7, 8월 두 달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때문에 수만 건의 산불이 발생해 50여 명이 숨지고 주택 2500여 채가 소실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앞서 푸틴 총리가 승인한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환경파괴를 이유로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푸틴 총리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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