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수출제한 연장에 밀값 폭등… 阿선 식량폭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4일 03시 00분


세계 식량위기 현실화… 유엔 긴급회의 소집

최근 지구촌에 몰아닥친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으로 전 세계 곡물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국제적인 식량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였던 밀 수출제한 조치를 내년 11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3일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일 “2011년 곡물 수확량을 확인한 뒤에야 수출제한 조치를 거둘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이미 현실로 나타난 식량위기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이미 곡물가격 안정을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동아프리카의 모잠비크에선 폭동이 발생했다. 정부가 빵 가격을 30%나 올린 데 성난 수도 마푸투의 시민들이 식량창고를 습격했으며 경찰과 충돌해 2일까지 시민 7명이 숨지고 280명이 다쳤다.

러시아 때문에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전통적 밀 수입국들은 유럽과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덕분에 유럽의 밀 가격은 이날 1t에 231.5유로로 2년 만에 최고치였던 지난달 가격(236유로)에 육박했다. 국제 밀 가격은 올 1월 이후 70%나 오른 셈이다.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밀과 콩 선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제 농업당국과 주요 거래 기업들은 “2007∼2008년 식량위기 때보다 올해 곡물 공급량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잠비크의 폭동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년 만에 최악으로 기록된 3년 전 식량위기로 아시아의 방글라데시부터 남미 멕시코에까지 폭동이 일어났고 아이티와 마다가스카르에선 정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쌀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2일 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은 파키스탄의 올해 쌀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35%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달 전만 해도 2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홍수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감소폭도 커졌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1일 뉴욕선물거래소의 설탕 원당 선물가격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사탕수수 재배지인 브라질 중남부의 가뭄 탓이다.

식량위기는 정치 사회적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FAO의 압돌레자 압바시안 이코노미스트는 “2년 연속 러시아가 밀을 수출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아프리카안보문제연구소 자키 실리에르 소장은 FT에 “2008년의 식량위기가 반복되면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다시 군부가 득세할 우려가 매우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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