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시마 원폭투하 65주년
주일美대사 서둘러 식장 떠나…미국내 ‘원폭 사과론’ 의식한듯
英-佛-러 등 핵보유국도 참석…潘총장 “2012년 CTBT 발효”
‘이처럼 두려운 일이 그 누구에게도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65주년을 맞아 6일 히로시마(廣島) 시 나카(中) 구 평화기념공원에서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제 및 평화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원폭투하국인 미국 측 대표가 피폭 피해자와 자리를 함께했다. 역시 유엔 이름으로 처음으로 공식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인류는 핵이라는 공포 속에 떨며 살아야 한다”며 핵무기의 조속한 철폐를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 대표도 처음으로 참석해 참가국이 역대 행사 중 가장 많은 74개국에 이르렀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기원하는 국제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기념식을 인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수차례 기념식 참석을 제안했지만 원폭 투하의 정당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정부 대표가 히로시마 위령제에 참석한 것은 ‘말 없는 사죄’로 비칠 수 있다는 반발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의 2차대전 참전군인 및 유족들은 “원폭투하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대표의 참석을 반대해왔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미국 측 대표로 참석한 존 루스 주일대사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짧은 코멘트만 내놓고 서둘러 식장을 떴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미국 내에 원폭투하 정당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공식적인 발언 없이 히로시마를 떠난 것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반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2012년까지 핵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발효시키자”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CTBT는 199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됐고, 154개국이 서명했지만 ‘발전용 실험용 원자로’를 보유한 44개국 가운데 인도 파키스탄 북한이 비준하지 않아 발효되지 않았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비핵 3원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각국 대표에게는 “핵무기 피해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일본 국민의 마음을 받아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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