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로부터 ‘테러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듣고서도 예정대로 영국 방문에 나선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서방국들은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일(현지 시간) 영국에 도착하기에 앞서 프랑스를 방문해 일간지 르몽드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간 국민의 가슴과 정신을 얻는 싸움에서 졌다”며 “국제사회는 아프간 현지 상황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아프간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추가 파병이 아니라 장기적 원조”라고 주장했다.
자르다리 대통령의 이런 직설은 캐머런 총리가 최근 파키스탄의 앙숙인 인도를 방문해 “파키스탄이 양다리를 걸치며 인도 아프가니스탄 등에 테러를 수출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또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며 “캐머런 총리와 만나 ‘테러와의 전쟁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돼야지 적이 되면 안 된다’고 직접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자르다리 대통령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아프간에 많은 병력을 파견한 영국의 캐머런 총리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캐머런 총리는 “나는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많은 아프간 국민을 테러로부터 지키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양국은 회담에서 안보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공통된 의견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2007년 말 아내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 이후 대통령이 된 자르다리는 국민의 고조된 반영(反英) 감정과 최악의 홍수 사태에도 자국 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영국 거주 파키스탄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5일간의 방문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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