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중국 잣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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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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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평가기관 ‘다궁’, 세계 50개국 등급 첫 발표
中 10위-美 13위-韓 14위 평가

중국의 신용평가기관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중국보다 낮은 13위로 평가하는 등 전 세계 50개국의 신용등급을 발표했다. 중국이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 등 서방의 3대 신용평가회사 이외의 평가회사가 각국의 신용을 평가해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신용평가기관인 다궁궈지쯔신핑구(大公國際資信評고)가 12일 발표한 ‘50개국 신용등급 보고’에서 중국의 위안화채권 신용등급은 AA+로 미국의 달러채권 등급 AA보다 한 단계 높았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순위로는 중국이 10위, 미국은 13위였다. 한국의 원화채권 등급은 AA―(14위)로 일본 영국 프랑스 등과 같았지만 순위는 앞섰다.

다궁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은 정치체제의 성숙과 양호한 안보환경, 세계적인 경제 경쟁력과 밝은 전망,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금융시스템, 양호한 재정 상태와 화폐 가치의 안정성, 외환보유 상황 등 크게 5가지다. 다궁은 각국의 신용을 최고등급인 AAA부터 시작해 CCC까지 16단계로 등급화했다. 다궁은 “서방 3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와 비교해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성장이 우수한 신흥개발국은 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경제 발전이 더디면서 채무 부담이 높아지는 선진국은 낮은 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궁은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과 상무부 산하 국가경제무역위원회의 허가로 1994년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설립됐다. 평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내 전문가위원회에는 국책 연구원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등 반관(半官)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다궁에는 석·박사 인력이 250명을 넘는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다궁의 신용등급 발표는 경제력이 높아진 중국이 신용평가 분야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잇따라 터지면서 중국은 국제금융 및 신용평가체계의 개혁을 주장해 왔다. 관젠중(關建中) 다궁 이사장 겸 총재는 “부채상환 능력 위주로 신용등급을 좌지우지해온 서방 평가기관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평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사 발행 경제전문 징지찬카오(經濟參考)보는 “다궁의 국가신용등급 발표는 중국이 앞으로 국제신용평가 분야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것은 물론 위안화 국제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평가 대상 50개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점유하는 국가로 72%가 투자적격 등급(BBB―) 이상을 얻었다. 다궁은 앞으로 평가 대상을 100개국 이상으로 늘리고 매년 한 차례 신용등급을 발표할 계획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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