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냉가슴’ 앓는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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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소년병 최다 이용국’ 지목 제재 추진에
‘이슬람 무장세력 저지’ 자금 지원한 美 곤혹

유엔이 내전 등 전쟁지역에서 18세 미만 소년병을 동원하는 국가와 무장단체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년병을 이용하는 국가로 지목된 소말리아 정부를 지원해온 미국 정부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 “소년병을 전장에 배치하는 지도자들을 제재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유엔 소년병분과 특별대표는 “유엔 안보리가 소년병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은 전 세계 소년병이 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쿠마라스와미 대표는 지난달 안보리에 보고한 소년병 관련 실태 보고서에서 소말리아 정부와 이슬람 반군단체 알샤바브 등 16개 정부 또는 단체를 “지속적으로 소년병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소말리아는 1991년 독재자 무하마드 시아드 바레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와 해적 세력이 국토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수도 모가디슈 일대에만 정부의 힘이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가 반군에 맞서기 위해 소년병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말리아 인권단체들은 정부군의 20%(5000∼1만 명), 반군 병력의 80%가 소년병이며 9세 어린이까지 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자 16일 샤리프 아흐마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즉시 소년병들을 해산시키고, 실태를 조사해 한 달 안에 보고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난처해진 것은 미국. 미국은 이슬람 무장세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소말리아 정부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결국 소말리아 정부가 미국에서 받은 돈으로 소년병을 전쟁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리처드 더빈 미국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민주당)은 16일 미 정부가 소말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것은 2008년 개정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 중 소년병 보호 조항 등 국내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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