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민부담을 우려해 세금 인상에 부정적이던 일본 민주당이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내각 출범 직후 대대적인 세제인상 개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이 출범할 때에는 “임기 내 소비세 인상은 안 한다”는 공약에 따라 논의 자체를 기피했던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인상까지 강행할 태세다. 소득세 상속세도 함께 올려 부유층의 세 부담도 더 늘릴 계획이다. 다음 달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공약까지 후퇴해가며 세금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재정이 그 정도로 파탄지경에 처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16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총리실 산하 자문기관인 정부세제조사회는 최근 소비세와 소득세 상속세 등을 인상하는 내용의 세제개혁안 초안을 마련했다. 간 총리가 올해 2월 재무상으로 있을 때 세제 전문가에게 의뢰해 작성한 것으로 신임 총리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돼 있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간 내각은 우선 ‘강한 재정’을 위해 소비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소비세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어서 저소득층의 세 부담이 오히려 가중되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간 내각은 경기에 덜 민감한 데다 손쉽게 세수 확보가 가능한 소비세 인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09 회계연도에 소비세는 불황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전년 대비 5% 줄어드는 데 그쳐 9조4000억 엔이 걷혔다. 반면 법인세는 전년의 반 토막 수준인 5조2000억 엔에 머물렀고, 소득세 역시 27년 만에 13조 엔 이하로 떨어졌다. 현행 5%인 소비세율을 1%포인트만 올려도 2.5조 엔이 순증할 정도로 세율 인상 효과도 크다.
간 내각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와 상속세도 함께 올려 조세형평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소득세는 현재 최고세율(40%)이 적용되는 과세대상(연 수입 1억8000만 엔 이상)을 확충하고, 상속세도 세율을 인상하거나 상속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
다만 실효세율이 40%에 이르는 법인세는 경제계의 요청에 따라 낮출 확률이 높다. 하지만 사실상 기업 감세조치인 세제우대를 받는 기업 수를 줄이기로 했다.
일본의 누적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80%로 선진국 가운데 최악이다. 게다가 세계 경기침체로 기업실적과 개인소득이 줄어 올해 세수는 일반회계 세출 92조 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7조 엔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간 내각은 증세로 확보한 세수를 고용과 성장이 기대되는 노인과 육아 등 복지서비스 지출로 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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