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부총리의 대세론 굳히기…오자와측 ‘다루토코’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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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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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민주당 4일 총리 선출… 오자와-反오자와 격돌

간, 마에하라 등 ‘反오자와 그룹’ 지지 끌어내
오자와측 “새 정치엔 새 인물” 영향력 유지나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사퇴 정국이 일대 격전으로 치닫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재무상이 대세론을 형성하는 듯했으나 민주당 최대 계파인 오자와 그룹이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중의원 환경위원장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져 혼전이 됐다.

○ 간 부총리의 승부수

3일 오후만 해도 간 부총리가 굳히기에 들어간 양상이었다. 그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과의 관계가 원만한 데다 대항마로 거론돼온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관료사회와 경제계도 ‘간 총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다루토코 위원장이 지지의원 40명을 모아 출마를 선언했지만 구색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날 저녁 무렵 오자와 그룹이 “민주당이 확실하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새 인물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며 다루토코 지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요동쳤다.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정재계 지도자 양성기관인 마쓰시타(松下)정경숙 출신으로 일반 국민에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보수 성향 인물이다.

무명의 다루토코를 오자와 그룹이 지지하기로 한 것은 간 부총리가 출마를 전후해 오자와와 전혀 상의하지 않았고, 반(反)오자와 그룹이 속속 간 부총리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자와에겐 간 부총리가 자신을 배제하려는 것으로 비친 것이다. 간 부총리는 오자와의 영향력에서 독립하고 정권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일 출마선언에서 “오자와 간사장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만큼 조용히 지내는 것이 본인과 민주당, 일본의 정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오자와 vs 반오자와 전쟁

민주당 중·참의원 의원 423명은 중·참의원 의원 150여 명의 오자와 그룹을 비롯해 하토야마(70명) 간(50명) 마에하라(40명) 등 8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간 부총리는 오자와를 제외한 대부분 그룹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 총리’를 간판으로 내세워야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산이 있다는 당내 여론도 한몫했다. 오자와 그룹이 행동을 통일하지 않고 자율투표를 할 것이란 말도 있다. 만일 다루토코가 오자와를 확실히 등에 업으면 4일 대표 선거는 접전 가능성도 있다.

비(非)오자와 그룹이 간 부총리를 축으로 뭉친 건 이참에 오자와 색깔을 탈색해야 한다는 강한 열망 때문이다. 오자와 그룹이 2일 차기 정권 구성방안을 협의하는 등 영향력 유지를 모색하자, 차기 정권에서도 오자와가 실세로 군림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됐다.

이에 자극받아 오카다는 차기 내각에서 오자와의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조건으로 간 부총리를 지지했다. 마에하라는 “자민당 금권정치를 비판해온 본래의 민주당으로 돌아가자”고 역설했고 당내에선 “창당 멤버가 주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했다. 이는 민주당에 뒤늦게 합류한 오자와를 경계한 발언이다. 이들은 간 부총리가 자력으로 총리가 될 길을 터주는 대신 ‘오자와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했다.

간 부총리가 총리에 오르더라도 최대그룹인 오자와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겠지만 지금의 ‘상왕’ 같은 위상과 역할은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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