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결국 물러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일 03시 00분


오자와, 협력요청에 묵묵부답… 후임에 간 나오토 하마평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진퇴 문제가 일본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내각 지지율 10%대 추락과 연립정권 부분 붕괴로 인해 민주당 내부와 여론의 총리 퇴진 압력이 거세다. 간 나오토 부총리 겸 재무상(菅直人) 등 후임총리 하마평까지 나온다.

총리의 목줄은 정권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이 쥐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뿐만 아니라 민주당 자민당 등 정치권 전체가 오자와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총리 교체문제와 참의원 선거대책, 국회운영 방안을 포함한 정국 타개방안 일체를 오자와 간사장에게 일임했다. 하토야마와 오자와는 전날에 이어 1일 저녁 다시 회동해 총리 거취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치 않은 당 분위기를 전해들은 하토야마 총리는 오자와 간사장에게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 나가자면서 협력을 요청했으나 확답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자와는 “참의원 선거가 무척 어렵게 됐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총리 거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정국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주말경 실시될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추락이 멈추지 않으면 오자와 간사장이 총리 퇴진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참의원 선거 승산이 도저히 보이지 않으면 달리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1989년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2000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는 여론조사 결과에 떼밀려 총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둔 참의원을 중심으로 “하토야마 체제로는 선거를 못 치른다.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퇴진론이 무성한 가운데 각료들은 대체로 총리를 지지하는 양상이다.

만일 하토야마 총리가 물러난다면 중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대표 선거를 실시한 후 신임 대표를 새 총리로 선출하게 된다. 후임 1순위로는 간 나오토 부총리 겸 재무상이 꼽힌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간 재무상은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오자와 간사장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하토야마 총리와는 정치적 맹우다. 당심(黨心)에서 가장 앞서는 셈이다.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후임 총리 적임자’ 1, 2위를 달리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반(反)오자와 성향이라는 점이 당내 경선의 약점이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도 물망에 오른다. 이들은 아직은 “총리를 쉽게 바꿔선 안 된다. 총리를 중심으로 뭉치자”며 몸을 낮추고 있지만, 총리 퇴진이 가시화할 경우 후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총리를 교체하면 정국 흐름을 반전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오자와도 동반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7·11 참의원 선거까지 시간이 촉박해 자칫 정권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자민당 정권이 총선을 통하지 않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아베 신조(安倍晋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소 다로(麻生太郞) 순으로 총리를 자주 교체해온 것을 비판해 왔다.

야당은 민주당 정권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자민당은 참의원에 총리문책결의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공명당과 공산당은 물론 최근 연립정권을 이탈한 사민당도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결의안이 가결되더라도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정권에는 큰 타격이다. 민주당 연립정권은 참의원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1, 2명의 반란표만 나와도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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