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시위 지방으로 확산… 州청사 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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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약탈 이어져 계속 혼란
대형 쇼핑몰 밤새 불길

탁신 “게릴라전 펼쳐질것”
방콕 - 23개주 통금 연장

태국 정부의 강제 해산 작전으로 방콕 도심을 점거했던 반정부 시위대가 해산된 뒤에도 방콕은 방화와 약탈이 이어져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의 실질적 최고지도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앞으로 게릴라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지방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태국 정부는 게릴라식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방콕과 지방 23개 주에 대한 통행금지를 22일까지 연장했다.

○ 지방으로 시위 확산 조짐

20일 둘러본 방콕 시내는 두 달 넘게 벌어진 격렬한 시위 및 강제 해산 작전으로 인한 상흔(傷痕)과 일부 남아 있는 시위대의 방화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도심을 점거했던 시위대의 거점인 랏차쁘라송 교차로와 맞붙어 있는 센트럴월드. 19일 일부 극렬 시위대의 방화로 불길에 휩싸인 센트럴월드는 매장 면적 55만 m²에 상점 600여 개가 입점해 있는 초대형 쇼핑몰이다. 19일 밤부터 군경이 호위하는 가운데 수십 대의 소방차가 진화에 나섰지만 20일 오전에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피해가 심각해 건물 전체를 허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시위대가 점거했던 지역 주변에는 군경이 여전히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로 출입을 통제했다. 19일 시위대와 군경이 총격전을 벌였던 딘댕 교차로의 고가도로 밑은 시위대가 폐타이어 등을 태워 시커멓게 그을렸다. 불에 탄 채 방치된 버스도 눈에 띄었다. 시위의 중심지역 중 하나였던 승전기념탑 인근은 한 달 반 만에 교통통제가 풀렸지만 맞은편 건물에서는 검은 연기가 짙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방콕에서는 강제 해산 작전 이후 시위대의 방화로 건물 35곳에 화재가 발생했고 인근 상가는 약탈을 당했다. ‘레드셔츠’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동북부와 북부 지역에서는 진압 작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탁신 전 총리의 고향인 치앙마이에서는 시위대가 주지사 관사에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고 우돈타니 묵다한 우본랏차타니 나콘랏차시마 주 등에서도 주청사 건물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탁신 전 총리는 19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강제 해산 작전은) 대규모 불만을 폭발시킬 것이며 게릴라전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 국제사회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이에 태국 정부는 방콕과 지방 23개 주에 22일까지 오후 9시∼오전 5시 통금 조치를 취해 게릴라식 시위를 차단하기로 했다. 레드셔츠 지도자 중 한 명인 꼰깨우 삐꿀통 씨는 이날 경찰에 자수하기 전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레드셔츠는 전국에서 폭력행위를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태국의 정정 불안이 지속될지는 아피싯 웨차치와 정권이 향후 국민 화합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전날 해산 작전 과정에서 숨진 사람은 모두 8명이고, 이날 랏차쁘라송 교차로 인근의 왓빠툼바나람 사찰에서 시신 6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달 13일 이후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는 53명, 3월 12일 시위가 시작된 뒤 숨진 사람은 82명으로 늘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태국 내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시위 사태와 관련된 당사자들이 추가 인명피해와 폭력행위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시위대 지도부의 해산 이후 계속되는 폭력사태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본보 장택동 기자 방콕 르포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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