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中에 핵군축 요구… 양측 고성 오가

  • 동아일보

하루뒤 불국사 방문때도 분위기 냉랭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기간에 일본 정부가 제기한 중국의 핵정책 문제를 두고 양측 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은 15일 열린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 핵정책을 문제 삼으며 핵군축을 요구했다고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카다 외상은 중국이 5대 핵보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무기를 증강하는 나라라고 지적한 뒤 앞으로 핵무기를 줄이거나, 적어도 늘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양 부장은 중국의 핵은 최소한의 방어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존 정책을 되풀이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소개했다.

중-일 간 핵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중일 3자 외교장관회의장으로 이어졌다. 오카다 외상이 또다시 중국의 핵문제를 거론하자 양 부장은 종래의 견해를 되풀이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중-일 양국 간에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오카다 외상이 아무런 이유 없이 중국의 핵무기 정책을 공격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입장은 정당하고 투명하며 질책받아야 할 게 없다. 중국은 앞으로도 핵 역량을 국가안보 수요의 최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16일 진행된 3국 외교장관의 불국사, 천마총 방문 행사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사이에 둔 중-일 외교수장들은 관람 내내 아무런 대화 없이 입을 굳게 다물기도 했다. 한 소식통은 “전날 일본의 중국 핵군축 문제 제기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중국은 오늘 오전 불국사와 천마총 관광 일정에 불참하는 것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주=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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