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이 원한다면…” 英 연정 쟁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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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은 브라운 총리 사의
보수당은 선거제 개편 수용

영국 총선에서 제2당으로 추락한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10일 총리직과 당수직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자유민주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공식 착수했다. 또 보수당은 자민당의 선거제도 개편 요구를 수용하는 안을 내놓아 연정 구성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브라운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를 나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노동당과 자민당의 연정 협상을 위해 총리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브라운의 사퇴 없이 노동당과의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브라운 총리는 처음으로 자민당과 공식적인 연정 협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자민당이 노동당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보수당도 자민당의 선거제도 개편 요구를 수용한 최종 협상안을 내놨다. 보수당 협상단의 윌리엄 헤이그 의원은 11일 “안정적인 정부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며 “자민당과 연정 조건으로 선호투표제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출마후보의 선호 순위를 매겨 당선자를 확정짓는 일종의 비례대표제다. 이번 총선에서 23%의 득표율을 올렸지만 의석수는 8%에 그친 자민당은 단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보수당은 이에 반대 방침을 고수해온 반면 노동당은 선호투표제의 선 법제화, 후 국민투표 입장을 밝혀 왔다.

연립정부 구성 협상은 늦어도 12일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클레그 당수는 11일 오전 “정당 간의 대화가 결정적인 최종 국면에 도달했다”며 “자민당은 안정적이고 훌륭한 정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나는 자민당이 강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이 바로 선택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자민당으로서는 노동당과 연정이 좀 더 실행 가능한 대안이자 실질적인 유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민당은 노동당과 연정을 통해 브라운 총리도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의석수도 늘릴 수 있어 잃을 것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자민당 일부 의원은 “여러 정당이 하나로 뭉쳐 연정을 구성하는 ‘무지개 정당’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자민당(57석)이 노동당(258석)과 연정할 경우 315석으로 과반 의석(326석)에 못 미쳐 8석인 민주연합당과 3석인 북아일랜드 사회민주노동당(SDLP) 등 여러 군소정당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당은 306석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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