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상류사회 진입 꿈 접은 파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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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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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연인’ 아들 잃고 런던 명물 해러즈百 팔고

‘이제 영국 왕실 및 상류층과의 긴 싸움이 끝난 것일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9일 영국 런던의 세계 최고급 백화점 중 하나인 ‘해러즈’가 카타르 투자청에 팔렸다는 기사를 전하면서 모하메드 알 파예드 전 해러즈 회장(81·사진)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다름 아닌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연인으로 교통사고로 함께 숨진 도디의 아버지다.

파예드 씨와 영국 왕실의 악연은 1985년 시작됐다. 이집트 국적의 거부(巨富)인 그가 런던의 ‘자존심’ 해러즈를 사자 영국 정부가 조사에 들어갔다. 매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사 결과 법적인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웬일인지 영국 정부는 파예드 씨의 영국 시민권 취득 요청을 번번이 거부했다. 그는 2005년 한 인터뷰에서 “수억 파운드의 세금을 영국에 내온 내가 시민권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파예드 씨는 점잖은 신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공개석상에서도 험한 말을 마다하지 않아 타임도 ‘호전적(pugnacious)’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호전적 이미지는 영국 왕실과의 두 번째 싸움에서 더욱 굳어졌다. 바로 1997년 8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아들 도디가 다이애나와 함께 있다가 극성스러운 파파라치에게 쫓겨 교통사고로 숨진 것.

파예드 씨는 “다이애나의 시아버지였던 필립 공(公)이 배후에서 사고를 사실상 조종한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사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촉구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조사에 나서 2006년 ‘교통사고’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불복하고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2008년 기각됐다.

파예드 씨는 백화점 매장에 아들 도디와 다이애나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모습의 동상과 아들이 ‘약혼 선물’로 다이애나에게 줬다는 반지를 전시해 놓았다. 이 기념품들은 매년 세계 각국에서 1500만 명이 찾는 해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파예드 씨는 이번에 해러즈를 카타르 투자청 산하 카타르홀딩스에 15억 파운드(약 2조5500억 원)에 팔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타임은 “그가 끝내 영국 상류사회에 받아들여지지는 못했지만 지워지지 않을 흔적은 남겼다”고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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