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년 옥살이 억울한 피의자 석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9일 19시 09분


'살인 피해자' 10년 뒤 멀쩡히 귀가

11년 전인 1999년 5월 9일 중국 허난(河南) 성 샹추(商丘) 시에 살던 자오쭤하이(趙作海) 씨가 갑자기 경찰에 체포됐다. 같은 마을에 살다 2년 전인 1997년 10월 30일 갑자기 자취를 감춘 자오전상(趙振¤) 씨를 살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쭤하이 씨는 친한 친구였던 전상 씨가 자취를 감출 무렵 여자와 돈 문제 때문에 심하게 다툰 적이 있던 터였다.

중국 경찰은 1998년 2월 실종된 전상 씨의 조카에게서 자기 숙부를 쭤하이 씨가 죽인 것 같다는 신고를 받아 1년 넘게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때마침 1999년 5월 8일 같은 마을에서 우물을 파던 전상 씨의 여동생이 땅 속에서 머리와 다리가 없는, 부패한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그 시신이 사라진 전상 씨의 것이라고 확신하고 쭤하이 씨를 체포해 추궁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속된 쭤하이 씨는 한달 넘게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고 끝내 혐의를 인정했다. 1심 판결까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장장 3년이 넘게 걸렸다. 결국 2002년 12월 5일 1심법원은 사형선고를 내리고 집행은 2년 유예했다. 이후 쭤하이 씨는 징역 29년형으로 감형됐다.

그런데 쭤하이 씨가 구속된 지 11년, 사형을 선고받은 지 8년 만에 살해당했다던 전상 씨가 버젓이 살아서 마을에 나타났다. 그가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지 13년 만이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에 따르면 전상 씨는 "싸움이 벌어져 쭤하이 씨를 패줬는데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수중에 있던 2700위안(약 45만원)만 들고 마을을 떠났다"고 밝혔다. 전상 씨는 돈이 떨어진 뒤 동가식서가숙 하다 지난해 반신불수가 되면서 결국 마을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허난 성 검·경찰과 법원은 발칵 뒤집혔다. 결국 8일 허난 성 고급인민법원은 쭤하이 씨에 대한 재심 공판을 열어 무죄를 선고한 뒤 그를 풀어줬다. 법원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쭤하이 씨의 출소 후 생활을 정부가 돌봐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쭤하이 씨 가정은 이미 풍비박산이 난 뒤였다. 그가 옥에 갇혀있는 동안 부인 재혼을 했고 그의 아이들 중 두 명은 다른 집으로 입양됐다.

쭤하이 씨의 동생은 "형이 경찰에서 고문을 당해 거짓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은 형의 코에 고춧가루 물을 붓고, 머리 바로 위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등 갖은 몹쓸 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 법정은 자백을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들이 고문을 통해서라도 자백을 얻어내게 한다"고 꼬집었다.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며 슈퍼파워를 꿈꾸는 중국이지만 아직 갈 길은 먼 듯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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