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민족주의’ 카친스키, 러 지시 무시 착륙고집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佛-獨언론 “카틴숲 추모행사 주관하려 강행… 화 자초”

아직 폴란드 언론은 내놓고 말하지 않고 있지만 프랑스 독일 등의 언론에서는 평소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여 온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고집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프랑스 일요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슈’는 11일자 칼럼에서 “카친스키 대통령이 그의 편견과 환상을 좇지 않았다면 10일 아침 스몰렌스크에 갈 이유가 없었다”며 “고인은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도 추모행사를 같이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주의자인 그의 눈에 투스크 총리는 나라를 외국에 팔아먹는 자유주의자였고 푸틴 총리는 과거 러시아비밀경찰(KGB) 요원으로 폴란드의 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카친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추모행사를 주관해야 할 진정한 폴란드의 대표는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도 11일자 기사에서 “본래 러시아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던 카친스키 대통령은 푸틴 총리가 자신을 빼고 투스크 총리만 초대해 추모식을 연 데 분개했을 것”이라면서 “그의 독자적인 카틴 숲 행(行)은 러시아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대해 싸우려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이어 2008년 카친스키 대통령이 그루지야의 러시아 침공 항의 집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조종사에게 착륙 강행을 지시했으나 조종사가 안전 문제로 회항한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비행기는 원래 그루지야의 트빌리시에 착륙할 예정이었으나 아제르바이잔으로 회항했으며 카친스키 대통령은 결국 자동차를 이용해 그루지야를 방문했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도 조종사가 카친스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2008년 사건을 염두에 둔 듯 11일 “조종사가 누군가의 지시를 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친스키 대통령의 조종사는 짙은 안개에 싸인 스몰렌스크 공항에서 네 차례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는데 왜 이 조종사가 관제소의 회항 지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는지 의문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바르샤바=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