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은 쌍둥이 형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전 총리와 함께 폴란드의 대표적인 반러 친미주의자로 꼽힌다. 1980년대 공산당에 대항해 자유노조 ‘연대’를 이끈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 여정을 시작해 공산주의 붕괴 이후 폴란드를 친미로 이끌었다. 특히 미국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의 열렬한 지지자로 그 방어망을 폴란드에 유치하는 데 앞장섰다.
반면 러시아와는 사사건건 부닥쳤다. 바르샤바 시장 시절 러시아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체첸 무장세력 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의 이름을 딴 ‘두다예프 광장’을 만들어 러시아 내에서 반폴란드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외교부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축하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았을 정도다.
2000년 6월부터 1년간 우파 정부에서 법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강력한 반부패 단속으로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데 힘입어 2001년 ‘법과정의당(PiS)’ 창당을 주도했고, 2002년 수도 바르샤바 시장에 당선됐다. 이어 2005년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열세를 극복하고 결선투표에서 ‘시민강령(PO)’의 도날트 투스크 후보(현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과도 각별한 사이다. 2008년 12월 수교 20주년을 맞아 국빈 방한해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작년 7월에는 이 대통령이 답방 형식으로 폴란드에 가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7월 회담은 이 대통령이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하는 차에 들러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당시 폴란드를 첫 기착지로 삼은 건 현지 정서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다소 부정적이었던 탓에 정상 간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당초 회담 결과를 낙관하지 못했지만 50여 분간의 단독 회담 이후 카친스키 대통령이 한-EU FTA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여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이다.
바르샤바=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댓글 0